경기불황과 부동산거래 침체로 경매물건이 쏟아지자 경매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다시 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서울·수도권에서 경매에 나오는 물건이 지난해보다 40% 가량 급증한 가운데 경매 관련 강의와 수강생들도 부쩍 늘고 있다. 경매 강의를 듣는 층도 기존의 중장년층에서 직장인 대학생 주부 등 다양화되고 있다. 법무법인 산하의 강은현 실장은 "강남의 인기 아파트까지 경매에 나올 정도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외환위기 직후 경매가 호황을 누렸던 학습효과를 떠올리며 미리 경매를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도권 경매물건 전년 대비 50% 증가 경매전문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누적경매 물건은 13만3천8백16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전체 경매물건(9만3천8백6건)보다 40% 늘어난 규모다. 현 추세라면 연말까지 전년 대비 최소 50%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지난해와 분기별로 비교해보면 경매물건 증가속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1분기 1만7천1백건이던 물건이 올 1분기에는 3만2천9백54건으로 증가했으며 2분기에도 작년 2만2천4백7건에서 올해는 4만9백76건으로 늘었다. 3분기에도 작년에는 2만4천11건이었으나 올해는 4만7백6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다세대·연립 등 서민주택 경매가 많았으나 올들서는 강남권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까지 경매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지난 10월 한 달 간 강남구의 경매 물건수는 1백3건으로 작년 같은 달(63건)보다 1백63% 증가했다. ◆외환위기 이후 학습효과로 경매 관심 고조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경매시장이 투자자들에게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10·29대책 이후 부동산가격 하락과 거래부진,경기침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경매물건이 쌓이고 낙찰가율(낙찰가÷감정가)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금여력이 있는 경매물건 투자자들에게는 내년이 호기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한 경매 전문가는 "내년에는 외환위기 후유증으로 경매물건이 쏟아졌던 지난 99년의 상황이 재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추세와 전망을 반영하듯 최근들어 경매 관련 강의가 급증하고 있으며 수강생들도 대거 몰리고 있다. 한 경매정보업체가 운영 중인 경매강의의 경우 지난 9월까지는 정원(30명)을 채우기도 어려웠으나 지난 10월 이후부터는 정원을 늘릴 정도로 수강생이 몰리고 있다. 디지털태인의 이영진 부장은 "거래시장과 경매시장의 경기가 반비례하는 관계를 파악하고 미리 움직이는 투자자들이 많다"며 "게다가 내년부터는 공인중개사도 입찰대리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동산중개업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어서 공인중개사를 통한 일반인의 경매참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