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해외 원자재 확보를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초부터 시작된 원자재 파동이 장기간 고착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안정적인 수급 체제 구축이 지속 성장의 관건으로 등장하고 있어서다. 특히 남미 러시아 등 신흥지역에 대한 개발을 확대,그동안 동남아시아 호주 등에 의존해오던 자원 도입선을 다변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자원부국인 남미지역은 그동안 거리가 상대적으로 먼 데다 자원개발에 대한 노하우 부족으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부진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과 남미간 교류가 소강국면에 빠진 사이 일본 중국 등이 이 지역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 한국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상태였다. 그러나 SK㈜ 한국석유공사 포스코 대한광업진흥공사 등이 최근 잇따라 남미 국가와 자원개발 협약을 체결,자원 확보를 위한 발걸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원의 보고' 남미 브라질은 원유 가채매장량이 1백억배럴에 달하고 알루미늄 철 등을 생산하는 자원강국.칠레는 전세계 구리 매장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는 비철금속 보고다. 아르헨티나 역시 주석 니켈 아연 등 대부분 자원이 안데스산맥을 중심으로 매장돼 아직까지 탐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곳이어서 해외진출이 다소 늦은 국내기업들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편이다. 이번에 SK㈜가 브라질 동부해 안 캄포스 해상분지에 있는 'BMC-30','BMC-32' 석유광구 입찰자로 선정된 것도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 컨소시엄을 제치고 개발권을 따냈다는 점에서 국내기업들의 다른 광구 진출에 디딤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도 브라질 국영기업과 공동으로 중남미 유전개발에 진출하기로 했다. ◆전세계를 겨냥한 개발 프로젝트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개발 투자는 주요 기초소재의 수급난과 가격급등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원유의 경우 석유공사 가스공사 SK㈜ 종합상사 등이 해외자원개발에 지분참여를 통해 11월 현재 인도네시아 등 25곳에서 원유 가스등을 생산하고 있으며 8곳에서 개발사업이,24곳에서 탐사작업이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BHP빌린턴과 공동으로 인도 오리사주에서 철광석을 캐내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며 최근 중국 헤이룽장성 허강에 가채량 1억3천만t 규모의 해외 유연탄광산 개발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광업진흥공사와 LG니꼬동제련은 연산 6만t 규모의 페루지역 구리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기로 캐나다 업체와 제휴를 맺었고 대우인터내셔널은 페루 오만 베트남 미얀마 등지에서 원유 및 가스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다. 광진공도 필리핀 캐나다 등지에서 구리 아연 유연탄 등을 개발하기 위해 탐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 정부와 우라늄 개발 양해각서를 맺었다. ◆긴 안목의 정부 지원 시급 국내 기업들의 해외 원자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전히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일본은 지난 50년대초부터 해외자원개발에 적극 나서 원유의 15%를 자체 개발분으로 충당하고 있어 한국(3%)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의 해외자원개발이 선진국 메이저 업체들의 개발프로젝트에 일정 지분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탐사정보 취득 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자원개발사업은 단기간에 수익을 뽑아내기 보다는 장기간에 걸쳐 투자하는 인내력이 필요한 사업"이라며 "기업들이 자금부담 없이 자원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기금 등 각종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