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추락하는 달러화가 세계경제의 최대 복병으로 떠올랐다. 일부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경제위기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달러화 가치 하락이 점진적으로 이뤄져 세계적인 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달러급락,세계경제 뇌관 대부분 전문가들이 달러화의 추가 하락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하락속도와 하락폭이다. 하버드대 교수이자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는 "지난 2년간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1조달러 이상의 달러 자산을 사들여 미국의 경상적자를 메워왔지만 이런 일이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미 국채 최대보유국인 일본은 지난 9월 2년 만에 처음으로 미 국채에 대해 순매도로 돌아섰다. 그는 미 정부의 달러 하락 용인이 지속되고 각국 중앙은행의 달러자산 매입이 주춤해지면 달러는 40%까지 급락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럴 경우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급격한 달러가치 하락은 미국 내 금리인상 압력을 높인다. 고금리는 금융기관과 헤지펀드를 갑작스런 위험에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싼 자금을 빌려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헤지펀드들에는 결정타가 될 수 있다. ◆70년대 경제위기 재연되나 로고프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상황이 지난 1973년과 유사해 70년대 후반과 같은 경제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당시 미국은 장기간 끌어온 베트남전으로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고,닉슨 행정부는 1973년 2월 달러화를 10% 평가절하했다. 이후 오일쇼크가 찾아왔고 70년대 후반 미국은 '고물가-고이자율-고실업률'을 겪어야 했다. 로고프 교수는 "이라크 전쟁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쌍둥이 적자와 고유가,약달러를 경험하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닉슨 행정부를 꼭 빼닮았다"며 "미국경제가 2차대전 후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점진적 하락 주장도 그린스펀을 위시한 FRB 관계자들은 풍부한 국제 자금 사정으로 달러화 차입이 쉬워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달러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속도가 완만해 경상적자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다. 미 재무부도 외국인의 미국 자산 선호로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 국제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인 캐더린 맨은 "중국 일본 등이 대미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과 국내 고용유지를 위해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막을 것"이라며 달러화의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