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한국판 뉴딜 구상'의 하나로 국민연금기금 1백22조4천9백억원을 활용해 보육시설,노인요양시설같은 복지부문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국민연금기금의 투자다변화가 대세인데다 고령화 시대,맞벌이 부부의 증가 등으로 복지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투자는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수익성과 공공성(복지기여)'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데 있다. 북유럽을 비롯한 서구선진국들이 지난 반세기동안 이 문제에 매달렸지만 성공한 나라는 드물다. ◆국민연금의 공공성 주장=이번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여당은 국민연금의 '공공성'을 강조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정 열린우리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공적연금이 공공기여 차원에서 수익률과는 별도로 복지사업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복지혜택을 통해 가입자들의 제도 불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30년 이상 된 학교는 약 7백80개로 1개 학교를 개축하는 데 약 70억원씩 총 5조원 정도가 필요하다. 예산처 관계자는 "현재 예산으로 이들 학교를 모두 개축하는 데는 20~30년이 걸릴텐데 국민연금 등을 투자할 경우 사업추진이 앞당겨지고 연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대해 중앙대 조성일 국제대학원장은 "학교기숙사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투자할 경우 물가 상승분이 자산가치에 반영돼 인플레 위험을 헤징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한다.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라?="수익성만 보자면 꽝이죠.상식선에서 생각해도 보육시설이나 노인복지시설이 돈 남길 구석이 있겠어요? 정부가 국채 수익률+알파를 보장한다고 하지만,과연 알파를 얼마로 정할지가 관건이겠죠." 연기금 복지투자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한 뒤 이렇게 말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복지부문 투자가 자칫 기금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대변하는 말이다. 그는 "연기금이야 제도적으로 수익만 보장받으면 그만이지만 복지투자 적자분을 세금으로 메운다면 결국 윗돌 뽑아 아랫돌로 쓰는 꼴 아니겠느냐"면서 "복지는 국가의 기본책임이므로 직접 예산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컨센서스가 먼저다=정부의 '뉴딜'과는 별개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성'과 '수익성' 딜레마는 이미 불거져 있었다. GDP의 20%에 육박해 가는 거대 규모에 비춰 국민경제나 '공공'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도 가입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사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기금의 3대 운용 원칙인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중 원칙별로 비중 설정을 새로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연구센터 노인철 소장은 "연금 투자의 공공성을 추구하기에 앞서 그 수준을 어느 정도로 정할지,또 그로 인해 수익률 저하를 감수할 수 있는 정도는 어디까지일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면밀한 수요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설의 양적 팽창'에 치중해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