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輝昌 <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1929년에 시작된 미국의 대공황은 1933년에 이르러 실업률은 25%까지 올라갔고 국민총생산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당시 최고의 경제학자였던 케인스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대규모 정부지출을 하라고 조언을 한다. 이러한 충고를 받아들여 미국은 국민총생산의 약 8%에 해당하는 예산으로 뉴딜정책을 실시해 대공황을 탈출하게 된다. 우리나에서도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와 유사한 대규모 정부지출을 계획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계획된 사업이 민간기업이 하기에는 적절하지 못한 것이어야 하며 또한 고용 창출 등 산업연관 효과가 큰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사업들을 보면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의심스럽다. 예를들어, 보육센터 노인시설 등은 사회적 차원에서 중요하지만 산업연관 효과가 아주 크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주요 자료 전산화 등도 일시적 일자리 창출은 가능하나 정보통신산업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사업이 지속적으로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사업인지, 아니면 단기적으로 실업자를 구제하려는 사회 안전망 사업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어설프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다가는 정부재정만 악화시켜 결국은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러한 사업을 추진할 때 정부는 확실한 경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사실 우리 경제가 쓸 수 있는 총자금은 일정한 데 정부가 돈을 쓰게 되면 다른 경제주체가 쓸 돈은 그만큼 줄어든다. 결국 정부지출은 민간소비와 기업투자를 몰아내는 효과(crowding out effect)를 가져온다.따라서 정부가 지출을 하려면 민간기업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사업이 완성되면 경제적 이익이 지속적으로 창출돼야 한다. 예를 들어,현재 정부는 여러 개의 지방고속도로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교통난으로 인한 경제 손실이 연간 10조원이 넘는 수도권의 교통난 완화를 위한 투자와 비교해 어느 것이 우선인지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 등을 너무 강조하다 보면 경제 방정식이 또다시 망가지게 된다. 뉴딜 정책은 국토균형발전 정책이나 사회 안전망 정책이 아니고 철저한 수익사업으로 이해할 때 성공할수 있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정책이라고 안일한 생각을 하면 여기저기서 많은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 경제는 대공황 때의 미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다. 당시 미국에는 시중에 돈이 부족했었지만 우리는 돈이 넘쳐 나는데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문제는 경기순환적이 아니라 경제구조적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이 아니라서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쟁적 노동행위, 반기업 정서, 불필요한 정부규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2004년 8월9일자 다산칼럼 참조) 미국의 대공황 때와 또다른 점은 지금은 기업의 국제화가 매우 활발하기 때문에 우리의 경영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우리 기업이건 외국 기업이건 우리나라를 떠날 것이다.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은 생리상 참을성이 별로 없다. 이들이 떠나기 전에 하루빨리 좋은 경영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구조조정 과정에서 피해자가 나온다고 해서 좋은 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 피해자보다 수혜자가 많은 것이 좋은 경제정책이다.일본의 경험을 보면,불황을 벗어나기 위해 처음엔 정부지출을 늘리는 등 경제활성화 정책을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및 효율적 경쟁체제의 도입을 통해 경제회복을 달성할 수 있었다. '한국형 뉴딜정책'이라는 말을 놓고 그 용어가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우리 정부는 다른 표현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이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내용은 다르다. '미국형 뉴딜정책'은 정부의 재정지출이 주된 내용이지만 '한국형 뉴딜정책'은 재정지출과 더불어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경제의 구조조정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cmoon@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