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석유시장의 변방에 속해 있던 호주가 신흥 에너지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유전과 가스전이 상당수 있을 뿐 아니라,호주 기업들의 해외 에너지 개발사업도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 석유시장에서는 정치 상황이 불안한 인도네시아나 러시아보다 호주를 새로운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며 "안정적인 석유 공급처로서 호주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석유 매장량은 37억배럴로 세계 25위권이다. 특히 천연가스 매장량은 2조4천70억㎥로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호주 대륙 북서부 앞바다와 남동부 해안지역엔 아직도 개발이 안된 유전과 가스전이 무궁무진하다고 석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현재 호주 북서부의 선라이즈 고르곤 노스웨스트셸프 등과 남동부 배스 해협 인근에서는 석유 생산과 시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개발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캐시카우(수익원)가 됨에 따라 호주 정부 역시 석유 및 천연가스 지원사업에 국운(國運)을 걸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존 하워드 총리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를 직접 찾아가 5억5천만달러 규모의 캘리포니아 가스 터미널에 호주산 천연가스를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따냈다. 얼마 전에는 중국 국영 해외석유개발공사측과 향후 수십년간 호주의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2백30억달러짜리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호주 기업들도 국제 석유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대약진하고 있다. 호주의 양대 석유기업인 우드사이드 페트롤리엄과 BHP빌리톤은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지역은 물론 아프리카 멕시코 남미지역까지 진출,로열더치셸 BP 등 석유 메이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우드사이드는 최근 아프리카 북서부의 모리타니에서 매장량 1억2천5백만배럴의 유전을 발견한 데 이어 지난 16일에는 이라크 정부로부터 향후 2년간의 이라크 북부 석유개발 사업권을 얻어냈다. 이 회사는 2002년에는 BP를 누르고 중국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우드사이드는 오는 2007년에는 연간 2억배럴(현재 연간 6천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전망이다. 우드사이드가 이처럼 급성장하자 이 회사 지분 34%를 보유한 로열더치셸이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호주 정부는 외국 자본에 석유사업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 이를 불허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석유기업 BHP빌리톤은 호주는 물론 해외 사업에 경쟁력을 갖췄다. 이 회사가 시추에 성공한 멕시코만 유전은 매장량이 6억3천5백만배럴로 최근 개발된 유전 중 규모가 가장 크다. BHP빌리톤은 브라질 알제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잇따라 유전을 개발,국제 석유시장에서 신흥 강자로 여겨지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존 히르지 애널리스트는 "호주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정책,경쟁력 있는 석유기업 등 삼박자가 갖춰져 있다"며 "국제 석유시장에서 호주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