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거센 비난여론에도 불구하고 총파업에 나섰던 전공노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업무에 복귀했다. 파면 해임 등의 중징계를 받게 될 공무원만 해도 2천5백명 가까운 숫자에 달한다니 아무런 소득도 없이 엄청난 피해만 입게 된 꼴이다. 전공노의 파업은 애초부터 무모한 것이었던 만큼 결과 역시 이미 예측됐던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전공노는 공무원으로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어기는 잘못을 저질렀다. 공무원이란 말할 것도 없이 법질서를 유지하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의무를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국민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면서 한차례도 어김없이 이들에게 봉급을 지불하는 것은 물론 신분과 연금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공무원들이 앞장서 불법파업을 벌이며 법질서를 파괴한 것은 어떤 명분을 내세워도 설명이 될 수 없다. 전공노의 주장이 얼마나 무리한 것인지는 선진국에서도 공무원에 대해선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모든 공무원에 대해 단체행동권을 금지하고 있으며 단체교섭권과 관련해서도 근로조건 등에 대해 당국과 교섭할 수는 있으나 단체협약 체결권은 인정치 않는다. 독일도 단체행동권과 협약체결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역시 알래스카 등을 제외한 대부분 주가 단체행동권을 인정치 않는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국가들의 경우는 공무원 파업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권한만 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이들 국가는 공무원에 대해 법적인 신분보장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파업권에 대한 대응 수단으로 국가가 직장폐쇄권과 공무원 해고권을 갖는다. 국가경영이 어려워지면 언제든 구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인정하고 협약체결권을 부여토록 한 정부안은 선진국과 비교해 보더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 내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제 공무원노조를 합법화시키려는 단계에 불과할 뿐인 점을 감안하면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수준의 요구를 한꺼번에 관철하려고 불법파업까지 벌이는 행위는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이 아닐 수 없다. 공무원들이 만일 꼭 파업권을 갖고 싶다면 신분보장이라도 포기해야 옳을 것이다.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들이 국민여론을 깡그리 무시한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되는 행위다. 어느 기관의 여론조사를 보든 우리 국민들은 공무원이 파업권까지 갖는 데 대해선 엄청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뜩이나 대기업 노조 및 상급노동단체를 중심으로 집단이기주의식 불법파업이 만연해 사회불안이 높아지고 국가경쟁력이 후퇴하고 있는 판에 공무원까지 파업을 하게 되면 나라가 성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 때문임은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전공노의 이런 무리한 노동운동은 우리 사회에서 정말 소외돼 있는 계층의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부채질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체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공무원보다 훨씬 못한 근무조건에서도 묵묵히 일하고 있음은 굳이 거론할 것도 없다. 요즘은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문턱을 밟지 못하는 청년들이 즐비한가 하면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등 온갖 유행어까지 나돌 정도로 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신분과 연금이 보장되는 공무원들이 집단이기주의로밖에는 보기 어려운 터무니없는 행동을 계속 한다면 국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공무원들의 파업권 요구는 다시는 있어선 안될 일이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