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환율하락 너무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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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正湜 < 연세대 교수ㆍ경제학 >
환율이 이번주 들어 40원 이상 급락하면서 우리 외환시장은 지금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할 우리 통화당국 역시 환율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딜레마에 빠져 있다.
환율의 변동성을 줄이고 적정 환율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외환시장에 개입해야 하나 이렇게 개입할 경우 나타나는 문제점 또한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외환당국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점은 먼저 세계적인 달러약세 때문에 떨어지고 있는 우리 환율의 하락추세를 외환시장 개입으로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는 중국 위안화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 20% 이상 과소평가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GDP 대비 5%를 넘어서고 있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들 나라의 환율이 20%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달러화 약세로 우리 환율이 이렇게 떨어지고 있는데 앞으로 만약 중국의 위안화가 평가절상될 경우 우리 환율의 하락 폭은 더욱 커질 것이 예상된다.
다음으로 외환당국이 개입을 할 경우 늘어난 외환보유액으로 인해 환율하락에 대한 미국의 압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높은 환율을 유지하기 위해 개입을 했고 그 결과 적정수준보다 과다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러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과다한 외환보유액을 이들 국가의 통화가 과소평가돼 있다는 지표로 인식해 환율하락에 대한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중요한 문제는 국내에서도 그동안의 고환율 정책을 비판하고 있어 추가적인 개입이 어렵다는 점이다.
그동안 고환율 정책은 비록 수출은 증가시켰으나 내수로 연결되지 못했고 개입으로 인해 재정손실을 늘리고 국내 물가만 높였다고 비판받고 있다.
그리고 높은 물가는 실질소득을 낮추어 내수침체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내수부양을 위해 저환율과 저금리정책을 시행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즉 저환율로 물가를 낮추고 실질소득을 높이면서 동시에 저금리정책을 사용해 내수를 부양시키려 한다.
이렇게 해서 내수로 연결도 되지 않는 수출보다는 내수를 상대적으로 중요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미국 달러약세로 우리 환율이 어느 정도 하락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내수부양을 위해 환율을 과도하게 낮추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추진하려는 저환율과 저금리정책은 비록 정치적으로는 물가를 낮추고 내수를 부양시킬 수 있어 매력적일 수 있지만 개방경제에서는 위험한 정책선택이다.
외환위기 이전에도 우리는 확대통화정책으로 돈을 풀면서 물가상승 압력을 낮추기 위해 환율을 낮추는 정책을 사용했고 그 결과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국내경기가 무역수지보다 더 중요하지만 개방경제에서 무역수지 흑자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년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2백억달러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에 적정환율을 어느 정도 낮추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내년 무역수지가 악화될 정도로 환율을 과도하게 낮추는 것은 경계되어야 한다.
더구나 금년 하반기 이후 수출이 급감하고 있고 내년에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기가 안정되면서 우리 수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는 적정환율을 결정하는 데 있어 올해 경상수지 흑자만 고려해서는 안되고 내년도 악화될 경상수지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비록 달러화 약세로 환율이 하락하는 과정에서나 적정환율을 낮추는 과정에서도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은 억제돼야 하며 이를 줄이기 위해 외환당국의 개입은 이뤄져야 한다.
환율의 과도한 변동성은 환위험을 높게 할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불확실한 우리 경제에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개방경제에서는 금리와 함께 환율은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다.
환율을 어떻게 운용하는 가에 따라 경제는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
지금은 통화당국의 신중한 환율관리가 시급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kimjs@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