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환율 폭락에도 불구하고 선물환 매도 등 섣부른 환위험 헤지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 수출 기업들이 달러 약세 기조가 장기화될 것에 대비해 환위험 헤지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환율이 연일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단기 환율 하락폭이 컸던데다 삼성마저 선물환 매도에 나설 경우 자칫 외환시장에 더 큰 충격이 미칠 것으로 우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환헤지보다 체질강화에 주력 삼성전자는 18일 긴급 환율대책 회의를 열고 선물환이나 옵션 등 단기적인 환위험 처방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환헤지를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회사측은 올해 총 수출액(약 4백억달러) 가운데 2백억달러가량을 외자재 구입대금으로 지급하고 나면 남는 달러가 2백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외환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환위험을 회피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수출실적은 3백9억달러로 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7%에 달한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달러 약세기조가 지속될 경우 앞으로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팔지 않으면 단기적으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체질 강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현재 해외 고가품 시장을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 중이다. ◆수출기업 환헤지 비중 확대 현대자동차 LG전자 LG화학 삼성중공업 등 수출 주력업체들은 단기 중기 달러 유입을 면밀히 파악해 사전에 이를 매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1백30억달러의 총 수출액 중 95억달러가량을 달러로 결제받는 현대차는 일주일 단위로 유입될 달러 규모와 선물환 매각 현황 등을 파악,외환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현대차는 유로화 강세-달러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현재 20% 정도인 유로화 결제 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선물환 매도 비중 확대만으로 위험을 모두 피하긴 어려운 만큼 전사 차원에서 생산 원가 및 판매관리비를 줄이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LG화학 등 LG계열사들은 최근 들어 단기 및 중장기에 걸쳐 환위험을 최소화하는 데 가능한 노력을 모두 기울이고 있다. 전체 매출 중 수출비중이 50%인 LG화학은 선물환 매도 등 가능한 금융기법을 동원해 환위험 분산에 나서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통화스와프나 선물환을 활용한 헤지 비중을 대폭 늘리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일본 등에서 들여온 원자재 수입대금을 기존의 엔화에서 달러로 바꾸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선업계는 1백% 환헤지키로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는 유입될 달러에 대해 1백% 헤지하기로 결정했다. 수주한 선박의 결제가 장기간에 걸쳐 달러로 이뤄지는 만큼 환율 하락에 따른 경영 압박을 피하기 위해선 환헤지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삼성중공업은 달러가치가 폭락함에 따라 적정 이윤이 확보되지 않는 발주 물량은 수주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은 달러 약세를 감안,해외 기자재 구매를 늦추는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국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환율 하락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경우 내년 국내 경제사정이 더 나빠질 것으로 보고 가능하면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짠다는 계획이다. 이익원·정태웅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