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절상을 위한 수순 밝기에 들어갔다. 중국 금융가에서는 '위안화 절상압력 완화 -> 환율변동폭 확대 -> 위안화 절상'이란 시나리오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달러 투매, 위안화 사재기 등 위안화 절상압력이 가중되고 있어 환율제 변경시기를 지체할 경우 지불해야 될 비용이 더욱 불어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위안화 평가절상은 압력이 작을 때 하는 게 좋다"(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오는 12월 초 열리는 중국 경제공작회의가 주목된다. ◆위안화 절상 수순 밟기 지난 16,17일 이틀간 위안화 절상의 사전정지작업으로 보이는 세 건의 조치가 발표됐다. 해외이민자 재산 반출 허용,달러예금 금리 인상,해외유학생 반출 외환한도 상향 조정 등이 그것이다. 위안화 절상압력을 줄여 변동폭 확대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핫머니 유입 억제를 위한 조치를 제외하고라도 올 들어 취해진 외환규제 완화조치는 10건이 넘었으며 최근 들어 부쩍 늘고 있다. 이들 조치는 중국 내 개인이나 기업의 달러 보유를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과 자본의 합법적인 해외유출을 유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인민은행이 18일부터 1년만기 달러예금 최고금리를 0.3125%포인트 올린 게 대표적이다. 2년만기의 경우 달러 유로화 엔화 홍콩달러의 예금 금리 상한선을 아예 없앴다. 내년 1월15일부터 은행의 외환예금 지준율을 3%로 통일한 것도 마찬가지다. 이 조치만으로 15억달러를 동결시키는 효과를 볼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내달 1일부터 해외이민자의 재산 반출을 허용한 것이나 내달 20일부터 연간 2만달러로 제한했던 해외유학생의 외환 반출한도를 상향 조정한 것은 자본유출을 유도하는 조치다. 기업의 해외투자 승인 절차 간소화나 보험사와 사회보장기금의 해외투자를 허용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변동폭 확대로 환율제 유연성 부여 청스웨이 전인대 부위원장(국회 부의장)은 최근 "복수통화바스켓제 도입에 앞서 조만간 변동폭 확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압력을 줄인 뒤 중국이 취할 변동폭 확대와 관련,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18일 "내년 중 3%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전의 2.5% 전망보다 확대된 것이다.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8.28위안에 고정시킨 뒤 0.3%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 인민은행이 최근 중국 2백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9%가 "위안화 평가절상폭이 5% 이내라면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절상 늦출수록 비용 커져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갈수록 거세져 중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올 들어 유입된 핫머니는 4백억달러에서 7백억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 개인들의 달러 투매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안화 절상을 노린 국제 핫머니의 유입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제 일반인들까지 달러 매도 행진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통화관리 부담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인민은행은 위안화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매달 1백50억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송재정 주중대사관 재경관은 "올해 중국의 무역흑자가 최근 2~3년 수준인 연간 2~3백억달러에 이를 경우 위안화 절상 압력 부담에 못이겨 절상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청스웨이 전인대 부위원장이 최근 "조만간 변동폭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