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급락세를 거듭하자 시중은행의 외환 창구에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문의 고객은 두 부류다. 하나는 외화예금 가입 고객들이고 또 하나는 외화를 송금해야 하는 고객들이다. 하나은행 영업부 골드클럽의 백미경 부장은 "최근 달러예금을 해지해야 될지 물어오는 고객들이 부쩍 늘었다"며 "하지만 환율이 워낙 급락했기 때문에 이제 와서 원화로 바꾸는 것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건홍 한미은행 로얄프라자압구정 지점장도 "갑작스런 달러약세에 대해 고객들의 문의전화는 많지만 원화로 환전하는 고객은 별로 없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히려 지금 달러를 사야 되는 것 아니냐는 고객들도 일부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은행들의 외화예금 잔액은 예상외로 소폭 감소세에 그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외화예금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외환은행의 외화예금 잔액은 지난 10월말 69억1천3백만달러에서 지난 17일 현재 68억6천5백만달러로 4천8백만달러 줄어드는 데 그쳤다. 국민은행의 외화예금 잔액도 이달 들어 17일까지 감소폭이 4백만달러에 불과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환율급락 사태 앞에서 기업과 개인 고객들이 선뜻 대처하지 못하고 그냥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가족 등에게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고객들의 문의도 빗발치고 있다. 이들은 연일 추락하는 환율을 지켜보며 송금시기를 가급적 늦추는 분위기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담당자는 "유학간 자녀에게 홀수달마다 송금을 의뢰하던 한 고객이 이달에는 문의전화만 두 차례 하고 아직 송금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에는 당초 예정했던 해외관광을 취소하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0월은 해외여행 비수기였음에도 외화환전 규모가 여름철 성수기 수준에 버금가는 이상 징후를 보였던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외환,우리,국민,하나,신한 등 5개 주요 시중은행의 10월중 외화매도액은 모두 5억1백92만7천달러에 달했다. 이는 환전성수기인 8월의 5억5천2백76만1천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가을철 비수기의 외화환전 실적이 해외여행 성수기에 버금갈 정도로 많았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최근의 불안한 사회분위기 등과 관련해 그 내용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