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미국을 키우는 힘 .. '존경받는 부자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12월 첫째 주가 되면 미국 재계 인사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이 있다.
바로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의 '자선사업가 특집'이다.
그 해 가장 많은 돈을 사회에 희사한 '아름다운 손' 50명이 소개되는데 빌 게이츠,조지 소로스,마이클 델,테드 터너 등 기라성 같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경제 부침에 따라 해마다 15명 안팎의 '신인'이 명함을 내미는 게 특징.
굴뚝산업 인사들은 주로 교육 쪽에,서비스와 첨단 분야 리더들은 환경·문화예술·지역공동체에 지원한다.
돈이 최고인 나라에 살지만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를 '혐오하는 인물의 대명사'로 여긴다는 미국인들.전략적이건 아니건 많이 벌어 많이 기부한다는 그들의 철학은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신분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에 그 뿌리를 둔다.
이 '책임감'은 전쟁 때 원로원 의원부터 나가 싸우고 노예의 참여를 배제한 로마나 우두머리로 하여금 가장 많은 전쟁자금을 내게 한 베네치아가 강력한 도시국가로 유지될 수 있었던 정신적 시스템이었다.
또 자녀를 최고경영자 자리에 앉히기 전에 '부모 도움 없는 명문대 졸업장,단신의 해외유학과 해군장교 복무'를 요구하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의 전통과도 맥을 같이한다.
'존경받는 부자들'(이미숙 지음,김영사)은 현직 워싱턴 특파원이 쓴 미국 나눔문화 보고서다.
저자는 뉴욕타임스 1면에 거침없이 보도되는 기부 기사와 각종 공연 팜플렛 맨 앞장의 후원자 리스트를 보며 이 생소한 경험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었던 듯하다.
현지 기업가의 자선활동 소개와 사회영향 분석이 상세하고 관련 자료도 풍부하다.
우리나라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있었다.
'사방 1백리 안에 굶어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을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이 전형적 사례.
그러나 이 경우도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자선재단 5만6천여곳,일반인들도 연평균 1천달러 이상씩 기부하는 이 나라의 1년 모금액은 한국의 총 수출액과 맞먹는 2천여억달러.
'미국의 힘'은 여기서 나온다.
2백88쪽,1만3천9백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