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의 급락으로 수출업체에 비상이 걸린 것과는 대조적으로 달러화 표시 외화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들이 수혜를 입고 있다. 이들 기업은 원·달러 환율 하락폭만큼 대출원금에 대한 상환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19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현재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조흥 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달러화 표시 외화대출잔액은 24억4천9백45만2천달러로 작년 말의 21억4천84만2천달러보다 14.4%(3억8백61만달러)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출금은 모두 달러화로 표시돼 있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하락(원화가치 상승)할수록 원화로 환산한 대출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1천만달러의 외화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작년 말(달러당 1천1백92원60전)에는 1백19억2천6백만원의 대출금 상환부담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18일(달러당 1천65원40전)에는 1백6억5천4백만원으로 10개월여 사이에 12억7천2백만원(10.6%)이 줄었다. 그만큼 원금 부담이 줄어든 셈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이들 6개 시중은행을 포함한 외국환 은행 전체의 달러화표시 외화대출잔액은 90억1천만달러로 작년 말(78억1천만달러)보다 12억달러(15.4%) 증가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화대출을 쓰고 있는 기업이 이자를 내려면 원화를 달러화로 바꿔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이들 기업은 당장 원·달러 하락의 수혜를 입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화대출을 사용하는 기업 상당수가 외화로 지출해 환율하락에 따른 혜택을 당장 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고정화되면 원금상환 부담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체들은 이와 관련,환율 하락에 따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수출업체들을 위해 은행들이 원화대출을 외화대출로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기존 거래업체를 대상으로 10억달러 한도 내에서 중도상환 수수료를 받지 않고 원화대출을 외화대출로 전환해 주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 말 현재 6개 시중은행의 엔화대출 잔액은 5천1백52억6천2백만엔으로 작년 말의 5천5백81억2천4백만엔 보다 4백28억6천2백만엔(7.6%) 감소했다. 일본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작년 말 1백엔당 1천1백19원60전에서 지난 18일엔 1천45원59전으로 하락해 엔화대출 기업도 그만큼 수혜를 입고 있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에 비해 하락폭이 작아 수혜 규모가 달러화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기업보다 작은 편이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