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가전 올 판매 '뚝'‥"삼성ㆍLG전자 상대하기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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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삼성 LG의 벽을 넘기 어렵네.'
유수의 외국 가전업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위세에 눌려 한국에서 영업을 포기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미국 가전업체인 월풀 제품을 수입·판매하는 두산상사는 최근 관련 사업을 포기하고,지난 1일자로 월풀의 유럽 브랜드인 '바흐네트'를 판매하는 중소업체인 일렉트롬에 사업권을 넘겼다.
지난 89년 월풀 제품 수입을 시작한 지 15년 만이다.
두산상사는 이와 함께 일본 소니의 TV와 캠코더 등을 판매하던 딜러 사업도 함께 포기했다.
두산상사 관계자는 "당초 수입가전 시장이 엄청 커질 것으로 보고 회사의 주력 사업으로 키울 예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삼성과 LG의 영향력만 더욱 커졌다"며 "90년대 중반만 해도 연 매출이 3백억원을 넘어서는 등 가능성을 보였지만 지난해 2백20억원으로 꺾인 데 이어 올 들어서는 1백2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사업권을 넘겨받은 일렉트롬 역시 한국 업체들과의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 수입 품목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월풀의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가스오븐레인지 의류건조기 등을 들여오던 두산상사와 달리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냉장고만 수입키로 한 것.
한국 업체들의 위세에 눌려 한국 내 사업을 포기하는 외국 가전업체들도 잇따르고 있다.
도시바코리아는 지난 6월 PDP TV,LCD TV,프로젝션TV,DVD플레이어 등 AV 제품의 한국 내 판매를 중단했다.
도시바코리아 관계자는 "비슷한 성능의 프로젝션TV 판매가격이 삼성,LG에 비해 1백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에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았다"며 "삼성,LG의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서 외국산을 고집하는 고객층이 크게 줄어든 것도 한 몫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핀란드의 노키아도 지난해 한국에서 철수했다.
사업 포기라는 극단 상황까지 간 것은 아니지만 GE 밀레 AEG JVC 파나소닉 등 내로라하는 외국 업체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가전 3인방'이 수입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양문형 냉장고,드럼 세탁기,PDP TV 등 프리미엄 제품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면서 생긴 결과다.
여기에 극심한 내수 불황까지 겹치면서 대부분 수입업체들의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대략 20∼4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GE 제품을 수입하는 백색가전㈜의 장철호 대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기술력과 디자인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선 데다 특히 한국에선 강력한 유통망과 애프터서비스망까지 갖춰 외국 업체가 정면 승부하기는 힘든 상태"라며 "외국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한국 업체와 타깃 고객을 달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갑정 일렉트로룩스코리아 사장은 "외국 업체들은 신제품을 선보이는 데 1∼2년씩 걸리지만 한국 업체들은 마치 패션상품을 내놓듯 매년 수십개씩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외국 업체가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과 트렌드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며 "삼성,LG가 쌓은 견고한 벽을 뚫는 외국 업체는 당분간 한국시장에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