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시장이 혼탁하다. 이럴 때 유망한 재테크 수단을 찾기 위해서는 보다 긴 안목에서 올해 나타났던 재테크 시장의 추세적인 변화를 읽을 필요가 있다. 올해는 재테크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변화의 진원지는 제도적 요인에 있다. 실질적인 방카슈랑스 첫 해를 맞아 금융회사의 고유 영역이 급속히 무너졌다. 대부분 금융업무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증권사와 보험사 등이 생존을 위해 고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몸부림쳤다. 아쉬웠던 것은 금융정책이나 제도가 너무 자주 변경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미래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고 이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금융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통화유통 속도와 통화 승수가 떨어지는 현상이 금융활동 위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 돈이 제대로 돌지 않음에 따라 이상 현상이 속출했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의 수신액은 사상 최고 수준에 달했다. 각 부문의 디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돼 기존의 자산가치 감소를 감수하면서까지 각종 예금과 보험을 해약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그 어느 해보다 외국인들이 지배하는 '윔블던 현상'이 심화됐다. 윔블던 현상에 따라 외국인 자본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공생적 투자가 되지 못하고 국부 유출이 심각하게 발생했다. 가격변수 중에서는 금리와 원화 환율의 하락 추세가 지속됐다. 우여곡절 끝에 콜금리는 두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인하됐다. 환율도 지난 10월말 이후 급락했다. 문제는 금융회사들의 이기주의로 대출금리보다는 예금금리를 중심으로 하락해 콜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발생하고 금융생활자들이 금융회사를 등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거액의 자산가를 중심으로 국내 자금이 해외로 이탈하는 현상이 심했다. 올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들어 자금이탈 규모가 커져 정책당국에서는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해 이 때문에 오히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이 자본자유화 계획을 후퇴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저금리 추세가 지속되면서 금융생활자들의 목표수익률을 맞추지 못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각종 퓨전형 상품과 대안 투자가 급부상했다. 올 상반기에는 브릭스 펀드와 일본 닛케이지수 주식연계펀드,하반기 들어서는 환율연동형 상품과 골드뱅킹,원자재 펀드 등이 인기를 끌었다. 앞으로 재테크 시장은 더욱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기가 둔화되고 금리,환율,주가와 같은 가격변수는 더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금융시장 내부적으로는 제2단계 방카슈랑스 계획이 추진될 경우 금융업무의 겸업화와 금융회사간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윔블던 효과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재테크 생활자들도 이제는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선제적인 전략과 위험관리 능력을 확보하고 쏟아져 나오는 금융상품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할 때가 됐다. 또 금융회사와 금융상품별로 수익률의 차별화(nifty-fifty)가 예상되는 만큼 우량 금융사와 유망 금융상품에 집중하는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 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