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체들이 경기 방어주로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내수 부진으로 경기관련주들이 맥을 못추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수출업체들이 휘청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다른 업종에 비해 고유가 현상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업종 지수 추이나 업체별 주가를 보면 이 같은 상황은 훨씬 분명해진다. 지난 주말 제약업종 지수는 1497.34로 마감,1년 내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종목별로도 한미약품을 비롯해 종근당 동아제약 일동제약 중외제약 동아제약 부광약품 등이 이달 들어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임진균 대우증권 팀장은 "제약업종의 내년 영업환경이 올해보다 더 호전될 것"이라며 "영업 이익이나 경쟁력을 꼼꼼히 살펴 종목들을 선별하면 주가가 앞으로도 더 오를 종목들이 수두룩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사회가 급속하게 고령화됨에 따라 각종 약품에 대한 수요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제약업종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김지현 동원증권 연구위원은 "한국은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데도 불구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비 비중 최하위권"이라며 "향후 의료비 지출은 가파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의약품의 최대 수요자인 50세 이상 인구는 2000년 19.4%에서 2030년에는 34.9%로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에 대해 "만성 성인질환 치료제의 매출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연구위원은 "고령화와 함께 식생활 습관이 육식 위주로 변하면서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동맥경화 등이 늘고 있다"며 "이런 질병은 일단 발병하면 관련 약품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약업종을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올 10월 의약품 원외처방매출액(의사의 처방으로 약국에서 판매된 전문치료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6% 늘어났다. 국내 제약업체 주가가 미국 등 선진국 제약업체와 비교해 여전히 싸다는 점도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동원증권은 올해 예상 이익과 지난 18일 종가를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 제약주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8배 수준인 데 비해 국내 제약주는 11.1배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황호성 LG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부광약품의 B형 간염 치료제 '클레부딘',유한양행의 위궤양치료제 '레바넥스',동아제약의 발기부전치료제 'DA-8159' 등 내년에만 3개의 국산 신약이 허가될 전망"이라며 "메가톤급 신약들이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면 제약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도 더욱 호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