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佛) 법(法) 승(僧)!' 지난 20일 오전 금강산 신계사에서 열린 대웅전 낙성식.남북한 스님과 신도 등 5백여명의 제창소리와 함께 현판을 가리고 있던 장막 속에서 '大雄寶殿(대웅보전)' 네 글자가 드러났다. 신라 법흥왕 6년(519년) 보운 화상이 창건한 신계사는 유점사 표훈사 장안사와 함께 금강산의 4대 명찰로 꼽히던 곳.해방 전까지만 해도 21개동의 당우(堂宇)와 8개의 산내 암자를 거느린 대찰이었으나 한국전쟁 때 전소돼 3층석탑과 주춧돌만 남은 상태였다. 대한불교조계종은 그동안 신계사터 지표조사와 남북 공동 발굴을 거쳐 지난 4월 복원을 위한 착공식을 가졌으며 대웅전 낙성을 계기로 조계종 스님 1명이 신계사에 상주하도록 북측과 합의했다. 이날 준공된 대웅전은 정면과 측면 각 3칸에 28평 규모의 다폿집 건축물로 착공한 지 3개월만에 옛 모습을 되찾게 됐다. 소실 전에 찍은 사진을 근거로 주춧돌과 기단석의 75%는 옛날 부재를 그대로 썼고 주요 목재는 강원도 양양 홍천의 소나무를 사용했다. 남한의 목재와 북한의 석재로 북한의 전통 사찰을 복원한 것이다. 추녀 끝에 달린 풍경에는 '평화통일'과 '극락왕생'을 새겨 금강산 관광사업으로 신계사 복원의 길을 연 고(故) 정주영·정몽헌 부자의 뜻을 기리고 통일의 염원을 담았다. 이날 낙성식에는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 종산 스님과 법장 총무원장,신도 등 조계종 참가단과 현정은 현대 회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봉조 통일부 차관,유홍준 문화재청장,고은 시인,도올 김용옥씨 등이 참석했다. 법전 종정은 종산 스님이 대독한 법어를 통해 "금강의 지혜로 모든 분열과 일체의 번뇌를 쳐부수니 신계동에 장엄한 보리도량이 다시 나투었다"며 "어두운 사람(無明人)에겐 남북이 있으나 눈 밝은 사람(明眼師)은 상하조차 없도다"라고 남북 화합을 강조했다. 조계종은 대웅전 낙성에 이어 오는 2007년까지 12개동의 건물을 더 지어 신계사의 옛 모습을 되찾을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신계사에 제정(濟政) 스님을 파견,상주토록 했다. 신계사 복원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차 복원사업이 완료되면 관음봉 문수봉 집선봉 세존봉에 둘러싸인 신계사의 웅장한 모습을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