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정종미씨(48)가 전통 한국여인의 이미지를 종이로 표현한 '종이부인'전을 오는 24일부터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서 갖는다.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를 패러디한 '미인도',고구려 신화에 등장하는 '유화부인' '감부인' '쪽부인' 등 '종이부인' 시리즈 30여점을 출품한다. 2001년 '이중섭미술상'을 수상한 정씨는 '몽유도원도''어부사시사' 등 전통 산수화를 추상적으로 현대화한 작품을 통해 잘 알려진 작가다. '종이부인' 시리즈는 기존 작품과 전혀 다른 구상의 세계로 5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것이다. 종이 부인은 남성 중심의 사회와 문화전통에 대한 비판이자 작가가 살고 있는 전통의 습속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한반도의 땅에 피고 진 모든 여성들의 이미지를 종이를 통해 재현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지난 99년 출품된 종이 부인이 평면 위주였다면 신작들은 부조와 양감이 두드러지도록 입체감을 부여한 게 특징이다. 종이뿐 아니라 모시 삼베 비단 같은 천도 사용했다. 형태도 이전작들에 비해 훨씬 구상에 가깝다. 여인의 이미지가 실루엣을 남기듯 솟아오른 신작들은 종이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면서도 전통 염료의 바탕과 어울려 부조의 느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인물화를 다시 시도한 데 대해 "산수화와 인물화를 병행하고 싶었지만 그동안 미술관 전시가 많아 못했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내년에는 미술관에서 '종이부인'전을 대규모로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서울대와 뉴욕 파슨스스쿨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정씨는 재료에 대한 꾸준한 실험을 통해 물질과 색이 자아내는 한국화의 깊이를 보여주는 데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중 '감부인'은 7월 한더위에 땡감을 짜서 그 즙으로 염색한 것이고 '쪽부인'은 남색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다양한 재료에 대한 실험 작업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선인들이 그러했듯이 작가와 대상과 재료를 구별하지 않는 것,그것들의 물성을 깨달아가는 일이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12월3일까지.(02)733-5877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