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생들은 보통 20초 분량의 자기소개를 준비해 옵니다. 1분 간 소개하라고 시켜보세요. 아마 당황할 겁니다." "의욕이 부족한 사람도 문제지만 성취욕이 지나쳐도 안됩니다. 이런 사람은 가능하면 뽑지 마세요." 지난 16일 오후 서울 신문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17층 중회의실.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사장,신훈 금호산업 사장,오세철 금호타이어 사장 등 계열사 사장 및 부사장 24명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사장단 회의가 열리는 날도 아니었다. 23일부터 나흘 간 실시되는 그룹 공채 면접심사를 맡게 된 사장단이 우수한 인성을 갖춘 사람을 선발하는 법에 대한 '특별교육'을 받기 위한 것. 한국인성컨설팅 노주선 소장이 3시간 동한 진행한 이날 특강에선 뛰어난 언변이나 수려한 외모가 아닌 면접생들의 내면을 평가할 수 있는 다양한 기법들이 소개됐다고 한다. 다양한 스트레스성 '압박질문'을 던져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법도 전수됐다. 교육에 참여한 한 사장은 "처음엔 '내가 이런 교육까지 받아야 되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수한 인재를 고르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적어도 20년 이상 '사람 보는 법'을 터득한 베테랑 사장들이 왜 이 같은 특별교육을 받아야 했을까. "응시생들은 그냥 왔다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보겠다고 온 사람들이다. 사장들이 애정을 갖고 직접 맞이해 제대로 된 인재를 뽑아 달라"는 박삼구 회장의 주문 때문이다. 여기에 높은 토익점수에 면접에서도 모범답안만 되뇌이는 응시생들이 많아져 변별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점도 배경이 됐다. 자칫 응시생들의 노련함에 속아 뽑고 난 뒤 후회하지 않도록 심사위원들의 '내공'을 키울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주관적이기 마련인 면접이지만 나름대로 공통의 기준을 마련해 그룹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특강을 준비했다"며 "올해엔 사장들의 인성평가 점수가 당락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작년만해도 임원 및 팀장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1회 면접을 실시했다. 하지만 이번 공채부터는 면접시험을 2회로 늘려 1차엔 상호토론 시험을 새로 넣었다. 최종면접은 해당 회사 사장과 부사장에게 직접 맡도록 했다. 금호아시아나 공채 면접을 앞둔 응시생은 모두 9백30여명. 어쨌든 이들은 채용 예정인원 2백명 안에 들기 위해 '신병기'로 무장한 사장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돌파해야만 할 처지에 놓여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