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늘어나면서,중국이 아시아의 신약 개발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으로 몰려드는 이유는 실험 비용과 인건비가 저렴해 천문학적인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고,수십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도 선점할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화학 기술은 현재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중국의 제약 노하우는 빠른 속도로 축적될 전망이다. ◆다국적 제약사,중국으로 가다=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최근 상하이 외곽에 1천2백만달러를 투자,연구개발(R&D)센터를 완공했다. 로슈는 박사급 현지 인력 40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미국 화이자도 상하이에 1억7천5백만달러를 투자,아시아 지역 본부를 착공한 데 이어 R&D센터 건립을 검토 중이다. 또 스위스 노바티스는 중국의 생명공학 업체를 대상으로 제휴 상대를 찾고 있다. 이들 초대형 제약사 이외에도 미국 타깃은 상하이에 있는 우시제약에,독일 몰로겐은 베이징 스타박스에 신약 개발의 초기 공정인 스크리닝 테스트(효능 존재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싼 임금,광대한 시장=다국적 제약사들이 중국으로 눈을 돌린 첫번째 이유는 싼 인건비 때문이다. 미국 터프츠대학 부설 신약개발연구센터 통계에 따르면 신약 개발 비용은 지난 20년 사이 5배 이상 급등,2003년 신약 하나당 평균 8억9천7백만달러를 기록했다. 선진국의 10분의 1에 불과한 중국 박사 인건비(평균 2만5천달러)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중국에는 거대한 시장도 있다. 중국의약경제연구센터는 경제력 확대와 노인 인구 증가에 따라 중국 의약품 시장이 2005년 2천1백80억위안(약 28조원)으로,5년 전에 비해 두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양약과 중국의 한방 기술을 접목시키는 실험을 해볼 수 있는 것도 중국의 강점이다. 중국은 한의약의 본거지로,1만2천8백종의 한약 재료를 생산 수출한다. ◆아직은 초보 단계=다국적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과정에서 중국 연구인력에게 맡기는 부문은 아직까지 스크리닝 정도다. 유럽이나 미국의 정부 당국이 개도국에서 실시한 임상실험 결과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데다,이를 토대로 한 특허등록 역시 까다롭게 처리하기 때문이다. 임상실험은 신약개발 비용에서 40% 이상을 차지하는 가장 중요하고 비싼 과정이다. 낙후한 기술,빈번한 지식재산권 침해,언어 장벽도 중국의 큰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국적 제약사들의 아웃소싱 비율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중국은 이 수요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가고 있다. UBS워버그에 따르면 2001년 미국 제약 업계는 R&D에 총 3백억달러를 썼고,이 중 20∼25%가 아웃소싱이었다. 중국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다국적 제약사의 아웃소싱이 급증하기 시작한 2001∼2005년 생명공학 발전 예산을 이전 5년에 비해 4백% 인상,12억달러로 늘렸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