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급락하는 원화환율로 국내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미루고 미뤄온 쌀시장 개방문제도 더이상 피하기 어려운 외통수에 몰리는 등 정부의 경제운용이 갈수록 꼬이는 양상이다. 향후 환율 움직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주말의 G20(선진·신흥공업국)회의는 급속한 달러약세 행진에 제동을 거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급변하고 있는 환율 상황에 맞춰 내년 경제운용계획을 새로 짜는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하느라 더 바빠질 전망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정부는 환율변동에 대해 특정한 방향을 의도하지 않는다"며 "시장 수급상황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원론 수준의 얘기를 늘어놓았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이 5%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를 그 다음날 털어놓은 것을 보면 속내는 숯덩이처럼 타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도 환율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환율이 하락하는 만큼 수입쌀 가격은 그만큼 떨어지게 되고,관세부과 방식으로 시장을 개방할 경우 외국쌀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올 위험성이 비례해서 커진다. 한·미 협상이 24일쯤으로 예정돼 있고,그 뒤 정부는 중국과 막판 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한국은행 경제동향 간담회(24일)와 경제장관 간담회(26일)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회의지만 주변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는 만큼 주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환율정책과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쌀시장 개방 등 여러 현안들에 대한 정부 입장이 새롭게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종합투자계획(한국형 뉴딜)에 동원하는 것을 공개적으로 반대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정부가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연기금의 주식·부동산 투자를 전면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안과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할 경우 일정 수익을 보장하는 민간투자법에 대한 논란이 이번 주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19일 이해찬 총리 주재로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연기금을 활용한 종합투자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나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경제부 차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