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경 KT 사장은 21일 유·무선통신 통합 추세에 맞춰 "언젠가는 KT와 KTF를 합쳐야 한다"면서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이 합병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통신사업 확대를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한 이 사장은 "미국 버라이즌이나 스프린트 등 외국 통신회사들은 대부분 유·무선 통신사업을 함께 하고 있다"며 유·무선 통신 업체간 합병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KT와 KTF가 언제쯤 합병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그러나 "두 회사를 다른 회사로 생각하는 직원들의 정서가 있긴 하지만 KTF의 장래는 KT와 연관돼야 할 것"이라고 얘기했다.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사장은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하고 휴대인터넷 사업권까지 따내고 나면 SK텔레콤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로텔레콤의 대주주인 뉴브릿지AIG의 성격상 하나로텔레콤이 휴대인터넷 사업권을 획득하면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하려 할 것이고 지분을 사들일 만한 업체는 SK텔레콤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달 13일로 예정된 두루넷 매각입찰과 관련해서는 "하나로텔레콤이 두루넷을 인수함으로써 KT와 경쟁적인 구도가 형성돼 초고속인터넷 시장이 커지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통신산업 규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신고제지만 사실상 허가제인 경우도 있다"고 지적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사업자들끼리 합의하라는 식의 정책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부가 '통신·방송 융합'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해 원칙과 철학을 갖고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KT가 해외사업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 사장은 "아프리카 북단에서 중동까지 개척하기 위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KT 현안에 대해서는 "공기업 때를 벗기는 혁신이 가장 시급하다"면서 "1년쯤 지나면 지금보다 훨씬 많이 변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블라디보스토크(러시아)=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