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 등 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지난 주말 'G20(신흥.공업국)'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추세 자체를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원화절상 속도(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는 어느 정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 외환당국 내의 지배적인 분위기였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지난 1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환율 변동 속도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했었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에선 정부가 달러당 1천50원 수준에서 속도조절을 위한 개입에 나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그리스펀 의장의 발언 이후 19일 유럽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와 엔화 가치가 급등,원화 절상폭과의 괴리를 줄이자 상황이 다소 바뀌는 모습이다.


특히 그린스펀 의장이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로 시장 개입을 견제하자 외환당국도 섣불리 시장개입에 나서기 힘들게 됐다고 정부 관계자는 털어놨다.


여기에다 외환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도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재경부가 올해 중 발행키로 한 외환시장 안정용 국고채 규모는 총 18조8천억원.그러나 지난달까지 이미 14조원,이달 들어서도 2조원어치를 발행한 데 이어 22일에도 1조원어치를 내놓을 계획이다.


22일 이후엔 동원 가능한 돈이 1조8천억원으로 줄어든다는 얘기다.


게다가 이달 말 돌아오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 1조2천억원어치를 상환해야 돼 '실탄'은 사실상 고갈된 셈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통화안정채권을 발행하거나 발권력을 동원할 수도 있다"며 "시장상황을 주시하다가 환율변동 속도가 적정하지 않다면 적절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