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의 발언이 달러화 하락의 또 다른 빌미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달러화가 얼마나 더 하락할지,미국은 각국의 반발을 어떻게 수렴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달러화 얼마까지 추락할까=그린스펀의 달러 추가 하락 발언은 그렇지 않아도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달러 하락세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얼마나 달러 가치가 추가로 떨어질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조만간 유로화에 대해 달러는 유로당 1.40달러까지,엔에 대해서는 달러당 1백엔 선까지는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신문은 엔화에 대해서는 달러당 90엔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소개했다. HSBC는 달러 하락 속도를 다소 완만하게 잡아 내년 6월말까지 유로당 1.34달러,엔·달러 환율은 98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우존스는 "그린스펀의 발언은 중국에 대한 또 다른 통화절상 압력"이라며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가 최근 급등한 것이 시작에 불과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강력 반발=달러화 하락의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는 유럽은 그린스펀의 발언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아시아 각국 정부가 그동안 시장개입을 통해 자국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방어해 왔지만 유로화는 최근 2년간 달러에 대해 이미 40%가량 절상돼 왔기 때문이다. G20에 참석 중인 한스 아이헬 독일 재무장관은 "최근 달러 약세가 무자비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 문제에 관한 토론과 공동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 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유로와 달러 사이의 급격한 환율 변동은 ECB의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원수,중앙은행총재 따로따로=칠레 산티아고에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 중인 부시 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연쇄 정상회담에서 강달러 정책을 지지한다고 잇따라 밝혀 저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린스펀 의장의 발언과는 상반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20일 부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환율제도를 변동환율제로 변경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G20에 참석 중인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중국의 환율 정책 변경 문제를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환율전쟁의 한 가운데 서 있는 두 나라 정상과 중앙은행총재가 각각 상반된 발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상대방에 생색내기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경제수장들은 일선에서 치열한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