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인사를 놓고 뒷말이 많다. 사의를 표명한 김효성 현 부회장이 임기를 남겨뒀다지만 이미 세번이나 연임을 했고 후임으로 내정된 김상열 전 무역위원회 상임위원도 김 부회장과 같은 산업자원부 전직 고위관료 출신이니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대한상의가 '낙하산' 시비에 휘말린 것은 이번 뿐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엔 산자부 전직 관료를 이 자리에 밀어넣다가 다툼이 벌어져 '서울상의 부회장 대우'라는 위인설관형 자리를 만드는 해프닝까지 빚었다. 해당자는 대한상의 부회장직을 승계받지 못하자 9개월만에 사표를 내는 볼썽스런 사태까지 벌어졌다. 산자부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64)에게 청탁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부회장 자리는 이제 우리가 알아서 한다"고 버티자 김 부회장이 오히려 "나를 물러나게 해달라"고 박 회장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전국 4만8천개 회원 기업을 대표하는 1백명의 대한상의 의원(지방상의 회장)들은 오는 26일 소집될 의원총회에서 또 한번 거수기 노릇을 하게 됐다. '상근부회장은 회장이 의원총회 동의를 얻어 임면한다'고 규정한 대한상공회의소법 27조는 차라리 '회장이 정부의 건의를 받아들여…'로 현실화하자는 비아냥도 들린다. 대한상의는 경제5단체 중 유일한 법정 경제단체다. 일정한 매출액 이상인 기업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런 의무에 비해 회원들은 상근부회장을 맘대로 뽑을 수 있는 권리조차 없다. 1백20년 대한상의 역사에 내부 출신 부회장이 없다는 건 이상한 일이다. 경제5단체 중 가장 젊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월 첫 내부승진으로 부회장을 배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통 창피한 노릇이 아니다. 산자부의 퇴직관료 '밥그릇 챙겨주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모시아(MOCIEA:산자부와 마피아의 합성어)가 모피아(MOFIA·재경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못지 않다는 얘기는 괜한 말이 아닌 듯 싶다. 정구학 산업부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