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는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데 이는 고도 산업사회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본다. 기업들은 미래 유망산업의 육성을 서둘러야 하며 국민들은 뛰고 있는 기업을 응원해 줘야한다"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은 최근 성균관대학교 경영학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에서 "깨끗한 부(富)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회문화가 자리잡혀야 기업들이 미래산업에 과감히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경영이 어려워진 카드업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가 되지 않는 주먹구구식 이익추구가 위기를 불러왔다"며 "현금서비스가 아닌 신용판매에서 이익을 늘려가는 것이 더디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카드회사가 살아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을 육성하라 최근 경제계의 화두는 '저성장'이다. 한국의 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부터로 볼 수 있으며 해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하지만 성장률 둔화 자체가 큰 문제는 아니다. '미래지식 산업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옳다. 문제는 기업이 고부가가치형 투자를 할 수 있는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만일 현재처럼 고부가가치 미래산업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일본이 겪은 것과 같은 장기불황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일본은 거대한 경제규모로 10년에 이르는 불경기를 극복해 냈지만 아직 경제 규모가 작은 우리나라는 불경기가 장기화될 경우 견뎌내지 못할 공산이 크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래산업을 빠르게 육성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깨끗한 부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처럼 기업을 적대시하는 문화가 남아 있을 경우 기업이 제대로 된 경영을 하기 힘들다.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 하여 부에 대해 부정적이고 상업을 천시하는 가치관이 아직도 남아 있다. 깨끗한 가난인 청빈(淸貧)은 사회적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부(富)는 일단 깨끗지 못한 것,존경받을 수 없는 것으로 폄하돼 왔다. 이처럼 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는 사회의 기업은 발전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정상적인 기업들의 부를 '청부(淸富)'로 인정해 줘야 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이해도 넓어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는 물론 외국 기업들의 투자도 저조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안심하고 투자할 만한 곳으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투자를 둘러싼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진정한 자본주의 실현 환경을 구현해야 국내 기업들은 해외로의 발걸음을 멈추고 국내 투자를 서두를 것이며 외국자본도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본다. ◆인재 중심의 시대 오늘날과 같은 지식경제 시대엔 지식이 가장 중요한 자원이며,그 핵심은 인재다. 이제는 한 사람이 1만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된 것이다. 앞으로는 지식근로자가 자본가 이상으로 대접받는 사회가 될 것이다. 지식근로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전문지식과 더불어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라디오가 세상에 나오고 5천만명이 라디오를 청취하는 데 38년이 걸렸고,TV는 13년,PC는 12년이 걸린 데 반해 인터넷은 4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이다. 지식근로자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지식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카드업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신용카드의 활성화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칼'이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지만 '신용불량자 양산'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도 함께 불러왔다. 이 때문에 신용카드 업계도 적자가 누적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카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위기를 돌파하고 있다. 현금 서비스 비중을 줄이고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장에서는 과감히 철수하고 있다. 또 신용카드의 본분인 신용판매에서 수익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삼성카드의 경우 내년 말부터는 사업이 안정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6%에 달하던 1개월 이상 연체율이 올 8월 말 8.5%대로 내려간 것이 사업정상화의 전조다. 내년에는 카드 연체율을 5% 수준까지 떨어뜨릴 계획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