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이 21일 긴급회의를 갖고 국민연금 운용권을 사실상 보건복지부에서 떼낸다는 데 전격 합의,국민연금의 '종합투자계획' 동원에 대한 복지부 반발로 빚어진 재원조달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이날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합의된 기금관리기본법 개편방안의 골자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개별 연기금이 투자처와 투자여부를 독립적으로 판단해 운용하는 자산운영위원회를 설립한다는 것. ◆국민연금 운영위원회 독립하나 당정은 일단 국민연금 운영위원회를 복지부에서 별도로 떼내 운용계획과 투자기준 마련 등의 업무를 맡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정부로부터 독립된 국민연금 투자기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요구를 수용한 셈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또 연기금 운용방향과 관련,"수익성있는 장기·안정적 투자처 제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데도 합의함으로써 복지부 반발에도 불구,'국채수익률+α'의 수익 보장을 내세워 내년도 종합투자계획에 '국민연금 투입'을 강행할 명분을 축적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현재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에 있는 실제 투자를 집행하는 조직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운영위원회 산하에 둘지,아니면 복지부 장관이 관할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와의 협상이라는 또하나의 과제를 남겨둔 셈이다. 이와 관련,당정은 "연기금 투자는 안정성을 바탕으로 수익성이 추구되어야 하므로 투자처 제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해 이 같은 합의가 기금관리기본법 3조3항 폐지를 전제로 한 것임을 공식화했다. ◆의결권 제한과 자산운영위 교환 야당은 그동안 연기금이 주식에 투자하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해왔다. 연기금이 정부 산하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결권을 갖는다면 한마디로 국가가 주식시장까지 장악하는 '연금사회주의'에 다름아니라는 게 근거였다. 당정은 그러나 현재 주식투자에 의결권을 주지 않는 국가는 캐나다 퀘벡주 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일단 의결권 제한문제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최근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은행 포스코 등의 경영권 안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한편 당정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연기금별 자산운영위원회 설립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독립성을 보장키로 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