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3일자) 연기금 기구보다 자율성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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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의 사회간접자본(SOC) 및 주식투자 논란과 관련, 정부 여당이 지난 주말 당ㆍ정ㆍ청 회의를 통해 자산운용부문의 독립기구화 등 보완책을 내놨다.
그러나 그런 보완책만으로 과연 연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을 주기에는 미흡하다.
기금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민간인으로 하고 또 민간인 위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도 그렇다.
정부나 정치권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인사를 좌지우지하게 되면 그것으로 무용지물이다.
종래와 달라진 것도 없이 기구만 늘어난 꼴이 안되리란 보장이 없다.
연기금 운용의 요체는 독립적 기구나 운영위원회의 민간인 참여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자율성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연기금이 외부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으로 독립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용된다는 믿음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정부와 정치권에서 연기금 활용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정부는 이미 SOC 등을 연기금 투자대상으로 거론하고 있고,또 연기금 주식투자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직접 일부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말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하나의 예시에 불과하다고 정부는 말할지 모르지만 연기금이 과연 이를 무시할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주식투자 등 연기금의 투자대상을 확대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현재 연기금 투자가 너무 보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도 부인하기 어렵고,그런 점에서 투자대상을 다양화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기금운용 주체의 자율적인 판단과 책임하에서 이뤄져야 마땅하다.
따지고 보면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 제한 주장도 연기금의 독립성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정부의 개입 우려가 그 주된 배경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모든 점을 감안할 때 연기금 활용이라는 당장의 정책적 목적 달성만을 생각해 독립성 문제를 적당히 다뤄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