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와이탄 황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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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와이탄(外灘)의 한 중국은행 앞.중년의 남성이 은행 문을 나서는 사람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야오메이위안마?(要美元口馬 :달러화가 필요합니까)'. 달러를 사겠느냐는 얘기다.
은행고객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사라졌다.
그는 여러 차례 달러를 팔려 했지만 모두 허탕을 치고 말았다.
그의 이름은 주빙(朱兵).와이탄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뉴(黃牛:암달러상의 속칭)'중 한 명이다.
주빙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지금 암달러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존 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았다.
강력한 외환거래 규제 때문이다.
암달러 시장은 자녀 유학, 밀수 등에 필요한 달러 제공처였다.
당연히 암달러 값은 기준치보다 높았다.
그러나 지금 달러화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위안화 절상설이 확산되면서 달러를 찾는 고객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주빙은 이날도 "끝의 65는 빼고 드립니다"라고 세일즈해야 했다.
은행 기준환율인 달러당 8.2765위안에서 끝자리 65를 뺀 값에 달러를 팔았다.
암달러 환율은 물론 기준환율보다 오히려 낮아진 것이다.
"암달러시장의 수급균형이 깨졌습니다.저의 금고에는 달러화가 쌓였습니다.손해를 보고서라도 달러화를 팔아야 할 형편입니다. 10년 암달러 거래에서 지금처럼 어려운 때가 없었습니다."
그에게 2001년은 황금기였다. 엄격한 외환규제 및 당시 위안화 절하설 등의 영향으로 암달러 값은 달러당 9위안(당시 1위안=약 1백50원) 안팎에 거래됐다.
주빙은 1백달러 거래에 약 20위안을 남기기도 했다.
주빙은 "요즘은 수익이 어떠냐"는 물음에 "설(위안화 평가절상)만 무성하니 달러화가 더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며 "이 직업도 이제 좋은 시절 다 갔다"고 푸념한다.
암달러상들이 위안화 평가절상설의 된서리를 맞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