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웃으면서 달려보자 푸른 들을/푸른 하늘 바라보며 노래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생활이 어려워져서일까. 만화영화 '들장미소녀 캔디'의 주제가가 유행이다. '들장미소녀 캔디'는 '캔디 캔디'(미즈키 교코 극본,이가라시 유미코 그림)라는 원작의 일본 애니메이션. 미국의 산골 고아원 '포니의 집' 앞에 버려진 고아소녀 캔디가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밝고 꿋꿋하게 성장,마침내 홀로 서고 진정한 사랑도 만난다는 줄거리다. 70년대 말 일본에서 TV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뒤 국내 TV(MBC)에서도 방송돼 초등학생은 물론 중고생에게까지 인기를 끌면서 주제가도 관심을 모았다. 나온 지 4반세기도 더 지난 이 노래가 다시 뜬 것은 교보생명의 '마음에 힘이 되는 시 하나,노래 하나'라는 기업광고 시리즈에 쓰이면서부터.탤런트 김희애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걷는 남편 옆에서 어린애처럼 양팔을 휘저으며 부르는 게 계기가 돼 퍼지더니 올해 수능시험 언어영역 듣기평가 지문으로까지 등장했다. '주근깨 같은 것은 신경쓰지 않아.납작코지만 마음에 들고…"로 시작되는 일본 노랫말과 비교,노랫말과 사회의식의 관계를 물은 것.캔디의 유행은 실제 사회상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캔디 전편에선 최민식이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부르며 친구의 어깨를 두드렸고,다른 쪽에선 외환위기 때의 동요 '아빠 힘내세요'가 자주 들린다. 노래는 시대를 반영하고,사람들의 심정과 희망사항을 드러낸다. '캔디'나 '아빠 힘내세요'가 유행하는 건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시기,어떻게든 힘을 내야 하는 때인 까닭일 것이다. 자꾸 어긋나기만 하는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견딘 끝에 행복을 찾는 캔디를 본받아 기운을 되찾아야 하는 셈이다. 중견배우가 웅얼거리듯 부르는 '젊은 그대'나 아줌마 탤런트가 억지로 크게 부르는 '캔디'를 듣는 마음은 서글프다. 그래도 어쩌랴.어려운 시절,세상에 부딪쳐 쓰러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씨익 웃으며 내일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캔디가 될 수밖에.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