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이 오랜만에 손발을 맞춰 원.달러 환율 1천60원선에서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재개했다. 22일 개장전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박승 한은 총재의 전격 회동에 이어 국책은행이 달러 매수에 나서 서울 외환시장은 주말 '그린스펀 쇼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며 비교적 선방한 모습이다. 때맞춰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 및 엔.달러 환율 상승도 한국 외환당국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효과를 냈다. ◆'1천60원선을 지켜라' 서울 외환시장은 이 부총리와 박 총재가 만나 환율문제를 협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지난 주말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약한 달러' 지지발언 충격을 완전히 이겨내지는 못했다. 주말 종가보다 달러당 6원70전 하락한 1천62원에 거래를 시작한 것.2분 뒤 곧바로 1천60원까지 떨어지자 딜러들은 1천50원대로의 추가 하락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외환당국 양대 수장의 회동에 이어 실제 '실탄'(자금)을 투입하는 시장개입으로 이어지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국책은행이 적극 달러매수에 나서면서 1천60원까지 하락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1천64원선으로 올라선 것. 이때부터 외환당국은 일단 관망에 들어갔고 1천62∼1천63원대의 지루한 공방이 오전 내내 이어졌다. 외환딜러들이 장이 지지부진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오후 2시가 넘어서자 국책은행으로부터 또다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됐다. 역외세력도 개입을 의식한 듯 지난 주와 같은 강도 높은 매도세는 보이지 않았다. 이때부터 급등한 환율은 한때 주말 수준인 1천68원80전까지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달라진 개입 패턴 이날 개입의 가장 큰 특징은 '다변화'였다. 개장 전 재경부와 한은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게 외환시장의 악재였다는 지적에 대응한 듯 부총리와 중앙은행 총수의 만남을 알리는 '회동 개입'으로 시작해 '발권력 동원'이라는 '구두개입',뒤이어 국책은행을 통한 '실탄 개입'이 짜여진 각본처럼 진행된 것.한은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날 일본 정부의 구두개입도 한·일 양국 외환당국의 공조에 따른 것이었다면 거의 완벽한 개입을 연출한 셈이다. 외환시장에서는 지난주 삼성전자가 "달러 선물을 매도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이 기업기밀 가운데 하나인 '외환전략'을 공표하는 전례 없는 이벤트에 대해 한 시중은행 딜러는 "정부와 일정한 공조가 있었거나,없었더라도 삼성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감안하면 이심전심의 공표가 아니었겠냐는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삼성도 안 파는데'라는 심리를 이끌어내면 일방적 매도심리를 미약하나마 진정시킬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해석이다.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하듯 한은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기업과 직접 접촉하지는 않지만 기업들의 일방적 매도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