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원전건설 러시 .. 고유가 피하고 배출가스 규제도 대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미국이 25년 만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재개키로 결정하는 등 세계 각국이 다시 원전 건설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장기간의 고유가 현상과 기후변화협약 체결에 따른 배출가스 규제 등으로 값싼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한국은 2년째 '신고리 1호기' 건설이 지연되고 원전수거물센터 부지 선정도 18년째 표류하는 등 원전 건설 계획이 전혀 실행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에너지원 확보 경쟁에서 밀려나 심각한 위기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원전 건설 붐
세계 각국은 최근 들어 새로운 원전 건설 계획을 잇따라 내놓는 등 원자력 사용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은 최근 버지니아주 노스아나에 70만㎾급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79년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로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한 지 25년 만이다.
프랑스도 최근 프랑스전력공사(EDF)가 현재 1천3백30MW(메가와트)급 경수로 2기가 운영되고 있는 플라만빌 지역에 유럽신형원전(EPR) 실증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핀란드도 올킬루토 지역에 3번째 원전을 건설하고 있으며 4호기 건설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4기의 신규원전 입찰을 실시한 데 이어 2020년까지 모두 24∼28기의 원전을 건설할 예정이다.
원전을 폐쇄키로 했던 계획도 잇따라 연기돼 네덜란드가 보셀원전 폐쇄계획을 철회했고 스위스도 원전의 단계적 폐지법안이 최근 부결됐다.
◆기후변화협약에 맞대응
지난 79년 미국 스리마일아일랜드와 87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건설을 주저하던 세계 각국이 잇따라 재건설에 나선 것은 고유가와 기후변화협약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것을 우려해서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올 들어 60%대 상승률을 보이며 세계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데다 내년 2월 발효되는 교토의정서는 선진 34개국에 2012년까지 이산화탄소(CO2) 등 온난가스 배출량을 기준연도인 90년보다 5% 줄이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선진국은 기후변화협약에 적응하려면 지금보다 전기료를 20% 이상 올려야 할 것으로 보고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원전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일관된 원전 정책 시급
이런 세계적 흐름과 달리 한국은 신고리 1호기 건설이 1년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는 데다 원전수거물센터 부지 선정도 18년째 표류하는 등 원전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환경론자들의 반대와 정부의 정책 일관성 부재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은 현재 건설 중인 울진 6호기가 내년 준공되면 더 이상 새로운 원전 준공 계획은 없다.
신고리 신월성 등 후속 원전 건설이 잇따라 지연되고 있어 에너지 수급에도 심각한 차질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원전 1기를 짓는 데 최소 5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경제성장과 맞물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도록 원전 정책을 꾸준히 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