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는 '통제없는 권력'.. 철저한 비밀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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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피치 같은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들은 기업이나 국가의 자금조달,주가 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도 별다른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 데다 평가 대상과 이해충돌을 빚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2일 비판했다.
이 신문은 신용평가회사들의 공과를 분석한 특집 기사에서 평가회사들이 신용등급이라는 투자기준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 수호자 같은 역할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감독도 책임도 없는 '통제되지 않는 권력'이라고 지적했다.
평가회사들은 2002년 통신회사 월드컴이 대규모 회계스캔들로 부도나기 직전에야 투자등급을 정크본드(투기등급채권)로 낮추는 등 기업 내용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그들의 펜 끝에 기업이나 국가의 운명이 달라지고 있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포스트는 평가회사들에 대한 분명한 감시 감독 구조가 없고 그들의 평가에 불만이 있을 경우 이를 토로하거나 제소할 기관도 없는 데다 평가회사 직원들의 자격을 규정한 조항도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평가 과정도 베일에 가려있어 검증이 불가능한 데다 인력이 부족해 평가대상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이 신문은 특히 신용등급을 매기면서 그 기업이나 국가로부터 비용을 받기 때문에 평가의 객관성이라는 기본 취지와 충돌을 빚을 수 있고 평가 대상기업의 압력이나 회유에도 취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무디스의 한 이사는 평가회사의 이사로도 등재돼 있다.
포스트는 회계법인들도 이해충돌 때문에 자문업을 분리했는데 평가회사들은 오히려 평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문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평가회사들은 실제 평가담당자들의 급여나 보너스는 평가 수입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데다 이해충돌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변명하지만 평가회사들의 영향력이 너무 크고 각종 감독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이 신문은 강조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