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전력모터부품업체를 운영하는 정모씨(43)는 최근 실용신안 권리 하나를 포기했다. 한개의 전선 이상 때문에 공업용 모터가 타버리는 문제를 해결한 아이디어 기술이었다. 정씨는 "사업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지금은 투자할 때가 아니라는 핀잔만 들었다"며 "기술거래 장터에서도 반응이 없다 보니 연 10만원 남짓한 연차료(실용신안 권리유지비)마저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기 불황 여파로 특허나 실용신안,의장 등 산업재산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투자 환경이 크게 위축돼 아이디어의 사업화가 차질을 빚으면서 권리유지 비용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소유권 거래시장에서도 매수세는 거의 자취를 감춰 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23일 특허청에 따르면 소유권 유지에 필수적인 연차료 미납으로 지난해 권리가 자동 소멸된 산업재산권은 모두 6만6천1백96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6만1천2백47건에 비해 8% 증가한 수치.올해도 최소한 7만여건 이상의 권리가 소멸될 것으로 특허청은 추산하고 있다. 특허청 관계자는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언젠가는 빛을 볼 것'이라는 믿음이 상대적으로 약한 실용신안,의장권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실용신안 연차료 미납건은 2001년 2만3천1백53건에서 2002년 2만6천5백36건으로 14% 정도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3만1천2백70건으로 17%나 증가하는 등 포기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한변리사회 고영회 이사는 "산업 발전의 핵인 창의활동이 불황 때문에 위축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관우·임도원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