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는 과거 분식회계를 내년 결산 때 '전기(前期) 오류수정'으로 바로잡을 경우 집단소송 대상에서 제외하고 소송제기 요건도 엄격하게 바꾸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열린우리당과 협의 중이다. 재정경제부는 법 개정 자체에는 일단 반대하면서도 일부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어 여당과의 조율 결과가 주목된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23일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집단소송제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여당과 협의 중"이라며 "과거에 쌓인 분식회계를 내년 결산 때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금감위에서 조사한 결과 2조원 이상 기업들 중 절반 이상이 집단소송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위는 전기오류수정으로 과거 분식회계를 고칠 수 있는 기회를 주더라도 민·형사상 처벌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분식회계 수정을 계속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사안에 따라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경감해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예컨대 분식회계를 전기오류수정에 정확히 반영시킨다면 회계 감리를 사실상 면제해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 금감위는 이와 함께 보유지분율 1만분의 1(0.01%) 이상으로 돼 있는 소송제기 요건을 1만분의 3 등으로 상향 조정하고 집단소송 피고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돼 있는 것을 비례 책임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열린우리당의 국회 재경위 간사인 강봉균 의원은 "법 개정안을 재경위에서 본격 논의할 방침"이라며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도 내용 보완방침을 정하고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9월 집단소송제법을 개정해달라는 경제계 요구에 '어렵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었다. 그러나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는 "과거 분식회계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집단소송제법을 보완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