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는 급격한 달러약세 현상이 벌어지는 국제 외환시장의 분위기와 이로 인한 원화환율 하락추세를 정부가 어느정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물론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시장개입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이 그동안 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이 빚은 후유증이란 분석도 있고,또 지금 상황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것은 자칫 투기꾼들에게 달러를 팔 기회만 줄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러나 급격한 환율하락이 수출기업들에 주는 피해를 생각하면 정부가 환율동향에 대해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원화강세 현상이 장기적으로 기업체질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겠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수출마저 꺾인다면 당장 우리 경제가 급격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환율안정을 위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과거처럼 인위적으로 시장흐름을 바꾸는 정도의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만 심화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더욱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미국의 강력한 약달러정책이 세계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환율을 유지하려는 '환율전쟁'으로 번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실제 국제 금융시장에선 '환율전쟁'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공개적으로 선언했고,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위안화 절상 여부를 분명히 밝히지 않는 것도 모두 그런 차원이다. 특히 지난 주말 칠레에서 열린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에서 위안화 절상을 요청한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환율안정이 중국은 물론 세계경제의 발전에 유리하다"며 당장은 절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해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G20(선진·신흥공업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모임에서 달러약세에 대비한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제 '환율전쟁'이라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도 철저한 대책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 최근의 환율문제가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정부는 우리와 같은 입장에 놓여있는 아시아국가들과의 정책공조 등 공동대응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