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과장이지만 임원이 되고 싶습니다. 저를 임원으로 추천합니다." 아직은 조직문화가 보수적인 건설업계에서 한 회사가 직원들이 스스로 자신의 승진을 추천하는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화제다. 중견 건설업체인 월드건설은 내년 3월부터 직원들 스스로가 승진심사를 요청하고 서류와 면접시험을 거쳐 직급을 높일 수 있는 '승진 자기추천제'를 국내에서 처음 실시한다. 그동안의 연공서열제를 폐지하고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시스템을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새 인사시스템이 시행되면 월드건설의 직원들은 스스로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회사측에 승진심사를 요청할 수 있다. 승진하고자 하는 직급에도 제한이 없다. 이력서 능력육성계획 직무기술서 등 10여가지 지원서류를 영문으로 작성하고 영어로 추천사유를 설명하면 가산점을 받게 된다. 오는 2006년부터는 모든 승진심사 지원과정에서 영어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승진심사를 통과하면 그 다음달 1일부터 승진발령과 함께 연봉 호봉 등이 상향조정된다. 월드건설은 이 뿐만아니라 점차적으로 대리 과장 차장 등의 직급을 폐지하고 어소시에이트,프로페셔널,매니저,이그제큐티브 등 4개 직무군으로 단순화할 방침이다. 홍창기 인사부장은 "그동안 철옹성으로 인식돼온 연공제를 깨고 철저하게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월드건설은 지난해 6천4백억원(도급순위 62위)의 매출을 기록한 주택전문 건설업체로 정규직 직원수는 3백80여명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