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얼룩으로 더럽혀진 벽. 그곳에 달라붙어있는 손톱 2개. 지문 모양으로 말라붙은 피..." 김선일씨를 살해한 테러조직 알-자르카위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팔루자의 가옥에는 이런 참혹한 고문의 흔적들과 함께, 노란 달 그림과 `유일신과성전'이라고 쓰인 검은 담요가 걸려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알-자르카위가 외국인 인질들을 납치, 고문하고살해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라크 팔루자 시내의 가옥 2곳에 대한 현장기사를 통해 `비디오에서 보이던 무서운 현장'을 전했다. 미군과 보안당국은 일부 기자들에게 현장을 공개하기 전 참수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피로 바래진 칼과 수갑, 족쇄, 선전물 등은 모두 치우고 사진들만보여줬다. 현장에서 발견된 물건 등은 대부분 납치범 및 희생자 신원 확인에 필요한 DNA검사 등을 위해 안전한 곳에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자르카위 조직원들이 참수 비디오에서 쓰던 검은 복면이 바닥에 그대로 널려있었고, 한 가옥에서는 사람 하나를 충분히 가둘 수 있는, 철사로 만든 큰새장도 놓여 있었다고 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사람을 가두는 새장이 있는 가옥 근처에서 기초적인 화학무기 실험실로 추정되는 곳도 발견됐다. 미군측은 이 실험실에서 시안화나트륨, 청산칼륨, 황산, 염산 및 기타 화학물질들이 발견돼 테러범들이 폭탄을 만들기 위한 실험실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했으나구체적으로 어떤 폭탄을 만들려 했는지는 분명치 않은 상태다. 어떤 방에서는 전깃줄이 널려 있었고, 방 곳곳에는 코란이 적혀 있었고, 또 다른 곳에는 어린이옷과 어린이용 자전거 등이 쌓여있었으며, 창문 커튼 옆에서는 아직도 싱싱한 양파가 들어있는 상자 등도 발견됐다고 타임스는 덧붙였다. 앞서 미군은 21일 재탈환에 성공한 팔루자에서 외국인 인질을 살해하거나 민간인들을 고문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옥 20채를 발견했다. 종군기자로 팔루자 중부에 머물고 있는 한 CNN 기자는 22일 미군들이 지난달 8일 참수장면이 인터넷에 공개됐던 영국인 케네스 비글리가 갇혀있던 곳으로 추정되는 철창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팔루자에서 잡힌 한 이라크인이 비글리 납치장소로 사용된 한 `닭장'으로 미군들을 데려갔으며 그 곳은 비디오에서 보여졌던 살해장면의 장소와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이래운 특파원 lr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