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영 한국여성발명협회장 myhan58@hotmail.com > 일주일 동안 숨가쁘게 출장을 다녀왔다. 빗속의 행진이었다. 이번 출장길에는 북유럽 특유의 우중충한 날씨 때문인지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오락가락했다. 또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더욱 힘들게 했다. 차라리 쏟아지는 빗속의 차창 밖 고속도로 풍경이 아름다웠다. 어릴 때는 외국에 나가도 음식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언제부터인지 외국에서 며칠만 지내면 한식 생각이 절로 난다. 해가 갈수록 우리나라 음식이 더 좋아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어릴 때는 정말 기름진 음식을 좋아했다. 버터에 밥 비벼먹기,우유에 밥 말아먹기,중국음식 등 기름진 음식으로 포식했으니 당연히 통통했다. 지금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된장찌개와 국,김치를 더 많이 찾게 됐다. 반찬이 없을 때는 김치와 국만 있어도 정말 맛있게 먹는다. 김치 종류는 또 얼마나 다양한가. 배추김치 물김치 총각김치 깍두기 오이김치 보쌈김치 갓김치 부추김치 고들빼기김치 동치미 열무김치….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그런데 김치로도 특허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물론 김치로도 특허를 받고 있다. 바야흐로 김장철이 돌아왔다. 출장을 떠나면서도 김장 생각에 걱정이 태산같았다. 우리집은 식구가 많아서 아직도 김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니 김장은 우리집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다. 김장은 또한 겨울이 왔으니 겨울준비를 하라는 소리다. 옛날에는 김장하는 것이 여자들에게는 정말 큰 행사 중 하나였다. 그때는 동네 아주머니들이 돌아가면서 김장하는 집에 모두 모여 며칠 동안 김장을 하고 추운 밖에서 콧등이 빨개지도록 시린 손을 호호 불면서도 웃음꽃이 그치지 않았다. 이웃의 정이 김장을 하면서 새록새록 솟아났다. 그런 정경이 그립다. 김장을 마친 후 배춧국이나 동태찌개와 막 버무린 양념 속을 절인 배추에 싸 먹었던 기억이 새삼 그립다. 우리는 왜 편안한 세상에 살면서 점점 더 삭막함을 느끼게 되는 걸까? 우리끼리라도 한번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지. 우리 이웃들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건넨다면 약간은 훈훈해지지 않을까? '따뜻한 마음이 생겨나는 어떤(기계) 발명!' 그런 발명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이 추워지는 계절에 우리 스스로가 따뜻한 온기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