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문화재단 이사장과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을 맡아 문화예술 지원에 가장 열정적인 '미스터 클래식'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금호음악인상'을 제정,23일 첫 수상자로 손열음양(18·한국예술종합학교 3학년·피아노)을 선정했다. '금호음악스승상' 수상자로는 손양을 지도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겐 상금 1만달러와 5년 간 아시아나항공 전노선 비즈니스석 무료 탑승권이 제공되고 5년 간 금호아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열어준다. 박 회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사와 인터뷰를 갖고 '음악사랑'을 털어놨다. -음악인상을 제정한 배경은. "한국이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있는 분야로 두가지가 꼽혀요. 하나는 여자 프로 골프고 또하나는 클래식,그 중 특히 현악부분이지요. 한국에는 음악 영재들이 많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유수의 세계 음악콩쿠르를 어린 음악도들이 휩쓸고 있잖습니까. 그들은 우리나라가 일류국가 되는 일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음악 영재들의 재능을 일찍이 발견해 지원하는 것이 우리 사회와 기성세대의 의무지요. 젊은 연주자가 세계적 연주자로 성장하는데 장기적이고 집중적인 격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스승상도 시상하는 점이 특이한데.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은 많지만 이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과 숨은 재능을 이끌어내 전문 음악가의 길로 인도하는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선생님들의 각별한 노력없이는 아이의 재능을 키우기도 어렵고 좋은 음악가가 나오기도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요즘은 스승의 은혜에 고마워하는 미덕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워요. 음악계부터 그런 미풍을 회복하기를 기대하는 마음입니다." -음악을 좋아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중학교 때 축음기로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처음 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후 음반을 모으기 시작했지요. 유학을 가서도 혼자 있는 시간엔 주로 음악을 듣고 음악회에 가는 것을 즐기면서 오디오에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음반으로 듣는 깔끔하고 정제된 소리들도 좋지만 공연장을 찾아 듣는 음악은 또 다른 감흥이 있습니다. 금호아트홀에서 기획하는 영재 콘서트와 영아티스트 콘서트는 언제봐도 새롭죠. 지난번 뉴욕필과 함께 내한했던 로린 마젤에게 이 홀을 구경시킨 적이 있는데 마침 8세 꼬마 연주자가 드비시와 라벨을 리허설하는 걸 보고 놀란 모양입니다. 감탄을 연발하더니 미국에 돌아가서 자신의 홈페이지(www.maestromaazel.com)에 '한국은 음악신동의 나라'라고 써놨더군요." -지난 10월 뉴욕 필하모닉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었는데 내년 계획은. "5월에 NHK 교향악단,6월에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11월에 베를린 필하모닉을 초청할 계획입니다. 많은 예산과 인력,노력이 드는 힘든 일이지만 보람도 큽니다. 좋은 연주를 청중들에게 들려주는 기쁨도 있고 세계 정상의 음악단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우리 음악인과 음악 시장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이들을 꾸준히 초청하려고 합니다. 문화가 살아야 일류 국가가 되지 않겠습니까. 특히 세계 각국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국제수준의 문화를 아는 게 중요합니다." -댁에서도 음악회를 갖는다고 들었습니다. "2년 전 새로 이사하면서 거실에서 하우스콘서트를 열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당호는 제 호를 따서 문호홀이라 이름지었고 음향설계는 일본 최고의 전문가인 NHK 엔지니어링의 후쿠니시씨가 했지요. 2002년 5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스무 번 남짓 하우스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음악가들을 후원자가 될만 한 기업인이나 명사들에게 소개하고 연결시켜주기 위해서입니다." -뉴욕 필하모닉의 한국,일본 연주회에서 10대의 이유라,손열음양이 협연을 하게 된 것은 회장님께서 발로 뛴 결과라던데. "과장된 얘기입니다. 뉴욕필 같은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솔로이스트를 정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이유라는 2년 전 지휘자 로린 마젤이 인디아나에 재학 중이던 유라를 우연히 발굴해 한국에 오기 전 이미 5번 협연자로 세웠습니다. 물론 유라는 8세 때 알게 돼 9세에 미국갈 때부터 장학금도 주고 악기도 빌려주곤 했지요. 열음이의 경우는 마젤에게 제가 소개했습니다. 2003년 서울시향 지휘차 서울에 온 마젤에게 저녁식사를 대접하면서 열음이 연주를 들어보도록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마젤은 열음이 연주가 마음에 들었는지 공항에서 제게 "열음이가 대단하다. 언젠가 꼭 함께 연주하겠다"는 편지를 남기고 갔고 그 약속을 지킨 것입니다. 그러나 일본 NHK 홀까지 데리고 가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마젤이 먼저 그렇게 제안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와 협연경험도 없어 잘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열음이가 연주를 무척 잘하는 바람에 오히려 제가 올라갔습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