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당권경쟁의 거대한 흐름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미 지역에선 각 계파간의 `국지전'이 한창이다. 중앙에선 `천.신.정'으로 대표되는 당권파가 기지캐를 켜면서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이 이끄는 재야파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이달 말까지 전국 232개 시.군.구로 구성될 지역당원협의회의 주도권 다툼이 당권을 향한 각축전에 도화선이 됐다. 지역협의회는 당원 모집 및 교육은 물론이고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대의원을 선출하고 국회의원과 지자체 선거 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막강한 조직이다. 16대 국회를 끝으로 폐지된 지구당과 일정 부분 성격이 비슷하지만, 지구당보다 지역이 넓은 기초자치단체가 단위란 점에서 과거 지구당 위원장보다 권한이 더 세다. 예를 들어 우리당이 총선에서 의석을 독식한 서울 노원구의 경우 국회의원수가 3명이지만 지역당원협의회장은 1명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24일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지역협의회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내년 3월 전당대회 판도와 연결된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며 "이미 중앙당에선 지역별로 계파 성향까지 분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반영하듯 신규 당원이 이달 하순을 기점으로 평균 1천500명으로 한 달전에비해 2배 가까이 급증, 이날 현재 기간당원수가 6만명에 육박했다고, 최규성(崔圭成)사무처장이 확대간부회의에서 보고했다. 이 와중에 노사모와 국민의 힘 등 당 외곽의 친노진영이 최근 "우리당 접수"를 목표로 국민참여연대(국참연)를 결성, 당권경쟁에 가세함에 따라 당권파와 재야파의큰 틀 아래에서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 안개모, 친노직계 등 소그룹이 산재해 있는 당내 역학구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 개혁당 출신이 주도하는 참정연이 국참연의 부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만들기'를 목표로 함께 출발했으나 대선 과정에서 현실정치 참여 여부로 갈라진 양측은 줄곧 협력관계를 유지해오다 최근당내 노선을 놓고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형국이다. 여권 관계자는 "참정연이 `우리 사람을 밀자'라면, 국참연은 `되는 사람을 밀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참정연은 그간 재야 출신의 이해찬(李海瓚) 총리나 김근태 장관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입장을 취해온 반면, 국참연은 발기 제안문에서 "사이비 개혁파에게 당을 맡길 수 없다"고 밝힌 점에서 보듯 일단 정동영(鄭東泳) 장관측과 다소 가까운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 국참연에는 지난 총선 때 정 장관 아래에서 공천실무를 맡았던 김현미(金賢美)의원을 비롯해 당권파가 주도하는 `바른정치모임'의 전병헌(田炳憲) 의원 등 약 20여명이 가입하거나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친노진영이 전대를 앞두고 분화할 조짐을 띠는 것과 맞물려 각 계파내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재야파는 장영달(張永達) 의원의 대표 출마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이고, 당권파는 신기남(辛基南) 전 의장의 출마 의욕 속에 김한길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 참정연 쪽에선 대중성 고려 차원에서 유시민 의원의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안개모는 23일 워크숍을 갖고 모임의 정체성과 맞는 후보를 지지하기로 해 영남과 충북에서 상당한 세를 확보한 김혁규(金爀珪) 상임중앙위원과의 제휴 여부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당권파와 재야파간의 추대 합의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한명숙(韓明淑) 상임중앙위원과 함께 여성 지지도가 높은 김희선(金希宣) 의원이 출마 의사를 굳히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