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이 지난달 15일 준장 진급자 52명을 발표한 이후 연례행사처럼 나돌던 인사비리 소문이 이번에는 괴문서 형태로 작성돼 최근 살포된 것을 계기로 인사 후유증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번 투서는 과거 인사 때와 마찬가지로 특정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정성과 객관성에 문제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작성자가 개인이 아니라 여러 명이 가담한 인상이 짙다는 점은 예전과 달라진 모습이다. 물론 군 인사비리와 관련한 투서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3년 하나회 명단 살포 사건이 대표적 사례이다. 그해 4월 백승도 대령(육사 31기)이 작성했다고 밝혀진 이 문건 살포 사건은 그동안 하나회 회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받아오던 군인들의 감정을 건드린 것이 계기가 됐고 '숙군' 분위기가 형성되는 등 사회적으로 파장을 몰고왔다. 그후 하나회 문건 폭로와 같은 대형 투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군내 특정 지연,학연,인맥을 겨냥한 비공식적인 투서들이 정권의 상층부와 사정기관에 끊임없이 전달됐다. 국민의 정부에서 참여정부로 바뀔 때도 군 요직에 득세했던 특정지역 출신 인맥의 청산을 요구하는 문건들이 은밀히 나돌았다. 조영길 전 국방장관이 올 5월 근거없는 악성루머나 투서 연루자를 철저히 색출해 엄단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리는 등 군이 '음해성 투서와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에 대한 심각성을 말해줬다. 특히 이번 장성 진급비리 관련 괴문서 사건은 군내 갈등설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국민들만 불안케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육군과 군검찰,국방부 등 군 수뇌부는 이번 사건의 진위를 명명백백히 밝혀내 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