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왜 강한가? 삼성의 '합리주의'와 '인재제일' '초일류주의'는 6백년 전통의 송상(松商)정신을 계승하고 그것을 최고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삼성 사장학'(김영한 지음,청년정신)은 CEO부터 신입사원까지 '최고'를 지향하는 삼성의 힘이 고난 속에서도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한 개성상인들의 '합리' '인재' '일류'정신이라는 광맥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국민대 교수이자 마케팅MBA 대표.삼성전자와 휴렛팩커드에서 30여년간 마케팅 실무경험을 쌓은 그는 이병철·이건희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철학을 통해 삼성의 비즈니스 정신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정리한 삼성 리더십의 요체는 '합리 경영' '목표에 의한 관리' '발빠른 국제화' '일류상품 제조' '뛰어난 마케팅 능력' '열정적인 비즈니스' '사람 중심의 팀' '학습조직' 등 8가지.


이는 송상 리더십의 '사개치부법에 의한 합리적인 관리' '전문경영인(차인제도)의 책임경영' '중국 일본과의 통상' '세계 최고의 인삼으로 해외 공략' '유통망(송방) 구축으로 상권 장악' '인재발굴과 양성' '엘리트 상인으로 학습능력 최고' 등과 맞닿는다.


인재 제일주의와 관련된 일화 한 가지.


'1953년 이병철 회장이 제일모직 공장 건설을 결심한 후 가장 먼저 완공한 것은 공장 건물이 아니라 기숙사였다.


당시 이 회장은 2천여명이 묵을 수 있는 기숙사 전관에 스팀 난방 설비를 깔게 했다.


당시로선 일류급 호텔에만 가능한 스팀 난방을 여공 기숙사에 설치한 것이다.


여공들에게 최고 호텔급 숙소를 제공하는 게 호암의 방식이었고 인재 제일주의 경영의 시발점이었다.'


호암은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자였던 만큼 '어떤 사람을 사장으로 키워야 하는가'를 늘 생각했고 '덕망' '탁월한 지도력' '신망' '창조성' '추진력' '책임감'을 중시했다.


그가 3남인 이건희 회장을 후계자로 삼은 것도 '인재'와 '미래'에 관한 혜안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평가한다.


그러면 이건희 회장이 생각하는 사장학은 어떤 걸까.


이는 다섯개의 한자로 요약된다.


'지(知)-CEO는 종합예술가,경영자는 많이 알아야 한다' '행(行)-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용(用)-부하의 능력과 외부의 지혜를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 '훈(訓)-직원들을 잘 훈련하고 육성해야 한다' '평(評)-단순한 실적이 아니라 인재·조직관리 등 복합적인 평가를 중시한다'가 그것.


이 회장이 싫어하는 CEO 유형은? '양이나 수치만 중시하고 자잘한 것만 챙긴다' '거짓말을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발상의 차원이 낮다' '실패에 대비해 핑계거리를 생각해둔다' '부하나 타인의 공적을 가로챈다' '사내 정치에 정신이 팔려있다'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등 10가지다.


이 책에는 호암이 생전에 이창우 성균관대 교수에게 써달라고 부탁한 사장학 내용도 부록으로 실려있다.


2백24쪽,1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