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10월 국제수지동향'을 보면 지난달 국내 증권시장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돈이 무려 24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이후 매달 10억∼30억달러 가량의 해외자금이 국내로 들어왔던 점에 비춰보면 9월부터 시작된 자금이탈은 매우 걱정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해외자본 이탈이 어느정도 예상됐던 것은 사실이다. 지난 8월 이후 한국은행이 두차례에 걸쳐 콜금리를 내리는 등 국내 금리는 떨어졌지만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금리가 올라가면서 자금 이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나 최근들어 국내외 금리차에 영향을 받는 채권보다 주식쪽에서 더 많은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 외국투자자들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금을 빼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감출수 없다. 게다가 국제 경제 여건은 우리에게 더욱 불리해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미국은 다음달에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지만 최근의 경기상황을 보면 우리는 오히려 금리를 더 내려야 할 판이다. 국내 경제여건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자칫 자금이탈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우리 주식시장은 상장주식의 40% 이상을 외국자본이 보유하는 등 사실상 외국인들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외국인들의 자금이탈이 급속히 진행된다면 증시는 물론 경제 전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구나 국내기업들의 해외탈출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자본이탈의 부작용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자본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되면 가뜩이나 부진한 국내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 뻔하다. 세심한 외국환 관리나 정책변수의 관리 등도 중요하지만 자본이탈을 막기 위한 가장 핵심은 바로 국내 경기활성화란 점을 잊지말아야 한다. 기업 투자와 소비를 북돋울수 있는 실효성 있는 근본적인 대책들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