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안정적인 고금리 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은행신탁이 잊혀진 '퇴물'상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금전신탁에서 지난달 1조원이 빠진 데 이어 11월 들어서도 지난 22일까지 6천2백억원이 이탈했다. 지난 22일 현재 예금은행의 금전신탁 잔액은 45조원으로 작년 말(54조7천억원)보다 9조7천억원 감소했다. 월 평균 9천억∼1조원씩 감소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신탁에서 이처럼 돈이 썰물처럼 빠지고 있는 것은 은행신탁의 주종인 불특정금전신탁을 신규 판매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 시행된 이후 은행들은 불특정금전신탁의 신규 판매뿐만 아니라 기존 상품의 추가 판매도 불가능해졌다. 따라서 고객들은 신탁업법에 정해진 개인연금 등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은행에서 불특정금전신탁상품에 가입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고객이 운용대상을 직접 지정하는 특정금전신탁과 연금상품만이 은행신탁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홍완선 하나은행 신탁본부장은 "신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기도래하는 신탁이 해지되면서 신탁상품 잔액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퇴직연금제가 시행되는 2005년 12월까지 은행신탁 자금이 계속 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