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중ㆍ일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의 미술을 상호 비교할 수 있는 '젊은 모색'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한국의 권오상 박혜성 이형구 조습 천성명,중국의 펑 정지에,홍 하오,왕 칭송,웨이 동,일본의 가와시마 히데아키,구와쿠보 료타,겐지 야노베 등 19명으로 대부분 30∼40대의 젊은 작가들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1981년부터 격년제로 개최해 온 '젊은 모색'전에 중국 일본의 젊은 작가들을 초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 현실 풍자나 왜곡 같은 표현방식에 각국의 미술전통을 끌어들인 크로스 오버 경향의 작품들을 출품했다. 권오상의 'Flat' 시리즈는 잡지책에서 오려낸 상품광고 이미지를 배열한 뒤 카메라로 포착한 사진작품이다.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초월하는 과정을 담아낸 것으로 '이미지의 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작품이다. 거대한 흰 벽에 드로잉을 한 황혜선의 '정물(Still life)'은 정물 그림을 3차원의 공간으로 확대한 것이고 천성명은 불안한 집 속에 들어앉은 인물을 표현한 설치작품 '길을 묻다'를 통해 소외된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펑 정지에의 '중국'은 가로 세로 각각 3m 크기의 캔버스에 오일로 여인 이미지를 담았다. 핏기를 느낄 수 없는 하얀 얼굴,부자연스런 눈의 초상을 통해 현대 소비사회와 대중문화에 침식돼 가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했다. 홍하오는 중국내 관광명소를 안내하는 가이드로서 자신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시,중국의 문화유산이 역사적 의미를 상실한 채 한낱 구경거리로 전락한 현실을 보여준다. 왕 칭송의 사진작품 'Follow Me'는 작가가 지금까지 배운 영어와 한자를 칠판 위에 가득 적고 자신이 마치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통해 문화 교류와 교육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나카무라 데쓰야의 '용(Dragon)'은 빠른 속도로 경주용 차가 지나가고 난 뒤에 남는 화염의 잔상을 12m 길이의 용으로 표현한 것으로 현대 문명의 한 단면인 속도의 문제를 묻고 있다. 8점을 출품한 가와시마 히데아키의 작품은 사람을 그린 것 같기도 하고 유령을 그린 것 같기도 하다.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모든 게 달라보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내년 1월23일까지.매주 토·일요일 오후 1시에 작품설명회가 열린다. (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