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봉 < 중앙대 교수ㆍ경제학 > 타임지(紙) 아시아판에 니콜라스 에버슈타트의 글이 실렸다. ('No More Mr. Nice Guy' 11월29일) 다음이 그 종결 부분이다. "자신의 인민을 굶기는 북한정권의 성벽(性癖)은 바로 외국에서 핵 흔들기 장난을 좋아하는 성벽 그 자체의 동전 뒷면이다. 내년에 북한 인권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기대하라. 미국은 2004년의 새 북한인권법에 따라 곧 특별대사를 임명할 것이다. 평양이 지구상 최악의 인권침해자임을 인정하므로 유럽연합도 이 문제에서는 워싱턴과 협력하길 아마 원할 것이다. 자칭 인권 챔피언이라는 남한의 집권자들은 이 전투에서 부끄럽게도 도망병(AWOL)이 될 것이다. 그런다 해도 문제될 것 없다. 남한 헌법은 북에서 탈출해오는 자 누구에게나 시민권을 주게 돼 있다. 미국이 난민들에게 중국에서의 통과 루트만 마련해줄 수 있다면 대량탈북은 시작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1989년 동독에서 대량 탈출이 시작된 다음 통치의 질이 개선된 바와 같이, 평양에서도 한결 개량된 지배자집단이 등장할 것을 지켜보라." 글쓴이는 잘 알려진 미국 보수집단의 싱크 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선임연구원이다. 현 정권이 가장 무시하고픈 사람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므로 여당의 아류(亞流)들은 이런 네오콘의 협박을 구태여 옮긴 자의 반민족적 사대주의 노예근성이라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누가 그랬든 어쩌다가 우리는 이런 소리를 듣는 국민이 됐는가. 분명한 것은 '인권'을 들고 나온 미국, 또는 전 세계에 한국은 비열한 독재자를 비호하는 방해자 이상, 아무 존재로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집권세력은 독재정권하에서 인권유린에 몸을 상하고, 그 타도에 일신을 바쳤다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떤 권위주의체제도 용인 못하고, 인권침해라면 과거 현재를 가릴 것 없이 샅샅이 뒤져대는 도덕군자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유독 김 부자의 봉건적 세습적 수령체제는 행여 무너질까 노심초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북의 인권현실을 알지 못하노라 밝힌 바 있고, 여당 의원 일부는 미국의 북한인권법을 '북체제 전복법'이라 비난했다. 이런 것을 지적하면 양심단체들은 오히려 반민족 세력이라 덮어씌우고 있다. 이 냄새나는 역사의 치부(恥部)를 언제까지 덮을 수 있을 것인가. 오늘의 남한인 중 누구도 조롱하는 세계의 시선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정권은 이것이 한반도 평화와 북한동포를 위해 피치 못할 정황이라 설명할 것이다. 정말 북한동포를 생각해본 처사인가. 북한은 과거 몇백만명이 굶어죽었는지 모르고, 지금은 수만명이 생사를 걸고 나라를 탈출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그 어버이라는 지도자들이 인민들을 얼마나 가련히 여기는가. 이한영이라는 북의 고위망명자는 '김정일 로열 패밀리'라는 책을 내고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가 폭로한 지도자 가족의 기막힌 특권생활 중 하나가 김정일 호위사령부내 '검정부'가 하는 일이다. 20여명의 여자요원들은 하루 종일 '문덕 쌀'가운데 금가지 않고 깨지지 않고 크기가 똑같은 쌀알을 손으로 골라내는 일만 한다. 이 쌀은 오직 백두산에서 해온 땔나무로 밥을 지어 수령 동지와 그 가족의 밥상에 올려진다는 것이다. 지난 DJ정부의 햇볕정책에 따라 우리는 북한에 많은 현금과 물자를 보냈다. 덕분에 나라를 열 것이냐 붕괴할 것이냐의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했던 김정일 정권은 변하지도 무너지지도 않았다. 철조망 속 금강산 일부를 열고 개성공단을 건설한 성과를 정부는 크게 선전하지만,구두창을 긁어 가려움이 해소될 것인가. 우리는 남쪽의 평화를 사기 위해 북의 인민을 파는 행위가 무엇이고, 북한인민의 고통을 연장해주는 실체가 누구인지 돌아봐야 한다. 남한이 변하지 않는 한 북한은 변할 수 없다. 정권은 미국에 외쳤듯이, 북한에도 핵을 완전포기하고 최소한 중국식으로 나라를 열어 개혁하고 향후 개방일정을 밝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아낌없이 도와주겠다. 그러나 차질이 보이면 그때는 끝이라고도 말해야 한다. 국민의 세금을 축내서 민족의 수치인 압제자를 연명시키고, 세계의 조롱을 받고, 북한동포에게 못할 짓을 하는 행위는 이제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