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의 움직임이 정말로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지지선으로 여겨져왔던 1천50원대도 무너졌다. 중국 정부가 달러 약세에 따른 손실을 피하기 위해 보유중인 미국 국채를 줄였다는 소식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지만 이는 지금의 외환시장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시장에서는 '심리적 공황'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외환시장에 개입하겠다던 정부의 속도조절 노력도 역부족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환율이 일시적으로 1천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지 않아 과연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지 걱정이다.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수출기반의 붕괴 등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가 미국의 이른바 쌍둥이 적자 등으로 인한 세계적 추세이다 보니 외환당국의 개입 효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급격한 환율하락을 수수방관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외환시장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해지면서 환율이 균형에서 일탈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수출이 꺾이는 등 우리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시장 조정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은 물론이고 국제적 공조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입장에 놓여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공동대응 방안을 강구해 볼 만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원고(高)'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들의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외환당국도 어디까지나 속도조절을 하고자 하는 것이지 환율이 내려가는 것이 시장의 대세라면 그 자체를 거스를 순 없는 일이다. 얼마 전 뉴욕타임스는 IMF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달러가치가 앞으로 40% 더 절하될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 정도까지 심각한 상황이 단기간 내에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원화강세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할 때임에는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지속적인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노력,그리고 기술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정부와 기업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 나가는 것이 절실한 과제다. 과거 일본이 엔고를 극복했던 것이 그 좋은 사례다. 이와 더불어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자유무역협정(FTA)도 서둘러 수출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는 경쟁력을 한차원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