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기가 어려운 시절.


대학졸업을 앞두고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해 성공한 젊은이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들이 하던 사업을 접고 딸이 시작한 사업에 동참할 정도라면 그리 흔한 성공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김은주(24)씨는 사업이 번창해 부모님까지 자기 사업에 동참하도록 한 당찬 디지털 창업주다.


대학(상명대)에서 외식영양학을 전공한 그는 부모님이 하던 식당을 기반삼아 독신자를 대상으로 한 1회용 반찬세트를 개발,창업 한 달만에 기반을 잡았다.


김씨는 요즘 부모님과 함께 온라인에서 월 9백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씨가 창업한 것은 졸업을 한 달 앞둔 지난 7월.취업문제로 고민하던 그는 옥션에 부모님 식당 이름을 딴 '담소원(ID:ej0237)'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첫달 매출은 4백여만원.그러나 '반찬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단골이 늘고 매출이 증가해 옥션에서 파워셀러로 불려지고 있다.


반찬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부모님도 식당문을 닫고 본격적으로 김씨 사업에 가세했다.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식당은 하루 평균 매출이 50만원 정도.2백20만원의 월세에다 아르바이트생 두 명의 인건비까지 감안할 때 반찬 판매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가족회의 끝에 지난 8월 말 식당을 접었다.


"인터넷은 가격 경쟁이 치열해 얼핏 마진이 높아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식당 운영에 들어가는 제반 경비와 노력을 감안하면 인터넷 마진이 결코 박하다고 볼 수 없지요."


김씨가 단시간에 옥션에서 반찬 판매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치밀한 사전 준비가 밑바탕이 됐다.


그는 올해 초부터 옥션 등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온라인 반찬 판매에 대한 시장조사를 했다.


그 결과 주 타깃을 미혼이나 맞벌이부부로 정하고 이들의 입맛에 맞는 반찬을 개발하는 데 역점을 두기로 했다.


김씨는 온라인 판매에 앞서 고객들이 선호할 1백여가지 '반찬리스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을 활용,테스트했다.


끼니 때마다 반찬을 교체하며 손님들의 반응을 보았다.


손님들에게 슬쩍 반찬맛을 물어보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개발하는 데 신경썼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7월,김치 젓갈류 등 50여가지 반찬을 다른 사업자처럼 10가지씩으로 구성된 세트메뉴로 만들어 옥션에 올렸다.


세트당 가격은 1만9천5백원.하지만 고객 반응은 시큰둥했다.


10일 동안 주문은 고작 20여개에 그쳤다.


"메뉴나 판매방식이 똑같고 초보 사업자로서 브랜드 인지도도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였지요."


김씨는 차별화를 시도했다.


반찬 수는 10가지를 유지하되 맞벌이 싱글족 등이 한 번 먹을 분량인 세트메뉴를 개발했다.


가격은 9천9백원.예상은 적중했다.


새로운 세트메뉴는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보름 동안 준비했던 3백30세트가 며칠 사이에 매진된 것이다.


이후 사업은 순항을 거듭했다.


9천9백원짜리 세트메뉴가 '미끼상품' 역할까지 해 비싼 세트메뉴의 주문도 크게 늘었다.


세트메뉴를 주문하면 1가지 반찬을 서비스로 곁들여 주는 것도 김씨의 사업노하우.잘 팔리지 않고 원가 부담이 적은 비인기 반찬류를 활용,고객들의 '공짜'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매출 및 홍보 효과가 컸다.


김씨는 신선도 유지에도 각별히 신경썼다.


일부 젓갈류를 제외하곤 주문받은 후 조리한다는 게 김씨의 원칙이다.


오후 2시까지 주문을 받으면 7시까지 반찬을 만들어 8시까지 배송을 끝낸다.


이렇게 해야 고객이 다음날 오후께 주문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반찬이다보니 고객의 불만 및 요구사항이 여느 제품보다 많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을 고객 반응을 체크하는 데 투자합니다. 다소 터무니없는 불만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점을 짚어줘 장사에 도움이 됩니다."


김씨는 앞으로 옥션 외에 다른 인터넷쇼핑몰에도 진출해 반찬판매업을 가족사업으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글=손성태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