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국정지지도 25% '경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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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뒤집는 것보다 더 쉽게 변하는 것이 여론이라고 한다.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게 여론이고 국민의 마음이다.
우리는 지난 4·15 총선 직전 '대통령 탄핵' 사건으로 일순간에 유권자의 마음이 뒤바뀐 것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그동안 역대 정권은 국정지지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청와대는 주기적으로 국정지지도를 조사해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관련 수석비서관들이 정책을 입안할 때 이를 자료로 활용토록 하고 있다.
여론을 하늘처럼 떠받드는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하다.
백악관은 여론조사팀을 둬 국정수행지지도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한다.
백악관은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1~2%포인트만 떨어져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그 원인을 찾느라 야단법석을 떤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도가 20% 전반으로 떨어진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조사의 의도와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요즘 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대체적으로 '25% 안팎'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정지지도 25%'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한 수치로 보면 대략 국민의 4명 중 3명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가 일부 언론의 '여론왜곡'이든 뭐든 국민의 4명 중 1명만이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선 청와대 직원이나 고위 공직자들은 동창회에 나가거나 친지들과 만났을 때 "잘 좀 해라" "도대체 나라 돌아가는 꼴이 뭐냐"라는 얘기를 귀가 따갑게 들을 수밖에 없다.
이보다 훨씬 심한 말을 들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책입안 책임자는 물론이고 일선 공무원들은 자기들이 세운 정책을 힘있게 밀고나가지 못한채 주저주저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보좌진이나 각 부처 장·차관들이 일할 맛을 잃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다.
장관은 간부회의 석상에서 "이렇게 하자"고 얘기하면서도 확신에 찬 모습을 보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천의지가 약해지면 장·차관이 정책 진행상황 챙기는 일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
순간순간 변하는 국정지지도일지라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권은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정지지도 25%'에서 탈출하는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정책담당자의 사기가 저하돼 행정의 효율이 떨어지면 결국 국민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국정지지도가 10%대로 가라앉아도 신경쓰지 않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고 여론추이에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장기적으로 '체질개선'이 필요한 분야의 정책일수록 여론에 흔들리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장래를 위해 추진하는 과제일수록 오늘보다는 내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일관성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국정의 우선순위다.
이 시점에서 서민경제를 안정시키고 경제의 주체인 기업으로부터 사랑받는 행정을 펴는 것이 급선무다.
누가 뭐래도 지금은 경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환자의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기저기를 수술하면 환자의 병이 낫기는커녕 생명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
'국정지지도 25%'는 환자의 상태로 따지자면 맥박이 힘을 잃어가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지금은 더 이상 일을 벌이거나 명분에 집착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지금의 산적한 난제를 푸는 데도 시간이 부족하다.
국정현안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여권은 국민이 보내는 '지지도 25%'의 경고음을 귀담아 듣기 바란다.
김영근 정치부장 ygkim@hankyung.com